아침에도 걷고 밤에도 걸었다.

마을회관 앞 운동기구들에 올라갔고,

달빛에 이 골짝 끝 마을인 돌고개를 돌아 나왔다.

 

한 제도학교에서 맺은 인연 한 분이

오늘 그 학교 아이 하나의 동영상을 보내왔다.

- 옥샘 보고 싶어요!

그리워라.

아침마다 수업 전 1학년들과 같이 놀았고,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누구보다 애정이 필요한 아이인데,

담임교사에게도 학급 아이들에게도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 옥샘이 없으니까, 놀아주는 사람도 없고, 얘네가 천덕꾸러기에요.

찡했다.

싫어, 하고 자주 삐치던 그 아이에게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대신할 수 있는가 같이 찾는 훈련을 오래 했더랬다.그때도 담임교사는 대놓고 아이를 탐탁찮게 여겼고,

아주 미워했는지도 모른다,

반 아이들도 날이 갈수록 담임과 같은 전선을 이루고는 했더랬는데.

가장 좋은 건 아이에 대한 어른의 변화일 텐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려나...

 

아침뜨락에 지난 10월 이후 아직 멧돼지 흔적은 없다.

크레졸 통을 곳곳에 달아놓은 이후로는.

옴자 일부에 꽃처럼 자란 배추(크지 못하고 봄동 같은)를 또 몇 포기 뽑아서 내려오다.

김치는 되지 못하고 나물이나 국거리가 될.

 

담이 오려는 전초인가.

어제부터 갈비뼈 쪽이 뻐근해온다.

종일 책상 앞에 앉지 못했다.

그렇다고 바깥일을 멈추는 건 아니다.

세면대 하부장 아래쪽에 선반 하나 놓기로.

나무판을 잘랐다.

장의 기둥이 지나는 부분을 판에서 따내야 했는데,

이런! 가로세로를 잠시 착각해서 잘못 자르기도.

크게 어긋난 건 아니어도 무리 없이 수정은 했다만

나무 작업 시 길이에 늘 의심부터 하고 두세 차례는 확인해야.

세면대 상판 타일 작업의 마무리는

실리콘을 쏘는 일이었다.

벽에 붙여 쏘고,

나머지 테두리도 따로 나무를 대거나 한 건 아니어

실리콘으로 마무리.

수전도 연결하여 연결 부위도 실리콘 작업.

이제 실리콘 둘레 삐져나온 것들을 칼로 벗겨 낼 일과

상판 테두리 바니쉬 칠 작업을 남겨두다.

 

물꼬에서 나는 배웠다.

생의 대부분을 그렇기도 하지만 예컨대 이런 거;

내가 아무것도 주지 않았을 때도 내게 닿아 나를 키운 것들이 있었고,

내가 열을 주면 그것이 백, 천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

오늘은 이웃이 빵을 들여 주고 갔다.

오늘은 대전에서 솔샘과 원규샘네서 아보카도를 보내왔다,

얼마 전 그네의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다는 소식과 함께.

안동에서 향숙샘이 유기농 귤을,

내 책의 독자 한 분이 남도에서 단감을 보냈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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