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5.불날. 흐림

조회 수 387 추천 수 0 2021.01.19 23:32:17


 

영하 14도로 떨어지는 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댔는데,

가장 추운 소한이라지만 엊그제 영하 21도의 밤보다는 나았네.

9시 한파주의보 발령되었다고는 하나...

 

아침 6시 눈이 예보돼 있었지만 흐리기만 했다.

정오에도 눈발 몇 개만 지난.

지난 세밑에 내린 눈은

오가는 오솔길을 빼고는 아직도 손대지 않은 시루떡처럼 있다.

볕 좋을 때 녹아 질척이지 않게 오가는 길을 더 넓혀서 쓸어낸다.

 

미처 본관 창문에 공기비닐(뽁뽁이라고 하는)을 붙이지 못했다.

날 좋을 때 하려던 일이 장작부터 패느라고 또 늦었네.

이제라도!

계자가 닥쳤다면 다른 일을 밀고 먼저 하기도 했을.

작년에 붙이고 떼서 잘 쟁여놓았던 걸 올해는 수월하게 붙인다.

이건 유효함이 얼마나 가는 걸까?

보온성이 조금씩 떨어지긴 할 듯한데 그래도 몇 해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날이 어떻고 길이 어째도, 코로나19의 광풍이 불어도

일을 하고 택배가 오고 밥을 먹는다.

유설샘네서 유기농감귤이 왔다.

제주 농가도 돕고 물꼬 겨울살림도 살핀.

때때마다 오고, 철철이 그네에서 먹을거리가 온다.

계자에 손을 보태던 대학시절을 건너

계자에도 같이 온 두 사람이 만나 혼례를 올리고 아이 셋을 낳고.

주례를 선 인연이여 더 각별한.

그 아이들 자라는 시간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도 고마운.

물꼬의 일이 그렇다. 한 존재가 성장하는 과정에 함께하고

어떤 식으로든 물꼬의 입김이 닿아 그 아이를 키우는데 한 자락 꼬리를 잡는다.

복된 일이다.

 

아주 가끔 이웃이 도시를 다녀올 때마다

멧골에서 동안거 중이라고 뭔가를 넣어주고 간다.

그게 음식일 때도 있는데,

날마다 하는 밥노동에 대한 이해와 연민 이런 게 아닐까 싶은.

그런데 이게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 속에 넣어져 오는지.

오늘은, 고맙고 고마우나 그러지 마십사 하였네.

달래 별거 없어도 우리 담은 된장 고추장 간장 있고,

이 겨울 김장김치로도 족하니.

최근에 쓰레기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 많은 때이기도.

 

코로나19 겨울 확산세에서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속에

새 확진자 4715, 5840, 6일 오늘 870.

계자 일정을 앞두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중.

1천 명을 내려간 것에서 우선 위안을, 그리고 계자 개최의 가능성을,

그러나 낙관할 수만은 없는.

계자마다 하는 산오름에서 소낙비에 산에서 고립되어도

마흔 아이를 마흔 번 산을 오르내리며 기어이 살려내리라는

그런 의지와는 다른 문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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