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9.물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 출판 계획

조회 수 1319 추천 수 0 2005.10.21 00:14:00

2005.10.19.물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 출판 계획

물꼬이야기를 담으려는 출판사들이 재작년부터 몇 있었지요.
취재를 왔던 기자가 출판부로 옮기며 책을 만들자고도 연락이 왔댔습니다.
문제는 물꼬의 흐름이지요, 뭐.
답체 어디 짬이 있으려구요.
그런데 한 작은 출판사가, 이미 있는 글들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다만 그걸 엮으면 되겠다 합니다.
그러니 물꼬로서도 반길 만했겠지요.
상범샘이 계약을 맡아 요새 그 조율을 하고 있답니다,
출판관련 일을 하는 논두렁 희순님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오늘은 아이들이 살구나무를 스케치북에 넣습니다.
쓰고, 그리고, 만들어 학교를 담으려 하지요.
스스로공부들은 뭐가 되고는 있을 런지...

국선도 샘들이 전주에 공연을 갔습니다.
우리끼리도 변함없이 몸을 살려보지요.
앉아 하는 준비운동이야 아침마다 하는 거니 익숙하나
본격적인 수련은 아무래도 진행이 서툽니다.
다음엔 더 마음을 쏟아 진행을 익혀야겠습니다.

오후엔 마늘을 쪼갰습니다, 심으려고.
큰 것은 한 골 심기도 하였지요.
이제는 일을 설명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한 해 농사 지어봤다고 말입니다.
곧잘들 한다지요.
대신에 신선함이(?) 주니 슬슬 게으름이 인다데요.
어떤 일을 하면 하는 대로 또 맛이 있음을 잘 익히게 도와야겠습니다.
아, 품앗이 이근이 삼촌이 왔지요.

직지사에 계신 큰 스님 한 분 뵙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지은 포도농사 맛도 봬드리고
아직 거기는 따지 않았다는 은행도 한 움큼,
어쩌다 생각나신다는 라면 몇 개도 들고 갔지요.
차 달여 놓고 그냥 저냥 사는 이야기 속에
요사이 마음에 들앉았던 불편도 흩어주시고
사이사이 끼어드는 침묵도 암치않게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누구라도 그리 대하실 게고,
누구라도 그리 느낄 터인데,
가을날 오후 한때 고맙기 한없었더이다.
근심 없는 때도 딱히 없었으나 상실감이 컸던 요즘,
굳이 그런 일을 꺼낸 적도 없이 책이며 문화재며 들먹이는 새
어느틈에 위로 받고 있었지요.
더한 위로는 우습게도,
스님이 소장파로서 관행적인 절살림에 할 말이 많으면서도
용기 없고 힘 없어 가만 계신 순간을 고백할 때였답니다,
당신도 그런 세파를 다 겪으시는구나 하는.
[그럴 밖에요, 세상이 다 그리 연기(緣起)되어 있을 것이니]
"스님!"
아래까지 바래다주고 들어가시는 분을 돌아서서 다시 불러 세웠지요,
고향 아비를 만나고 돌아가는 딸처럼.
훗날 우리 새끼들한테 저도 위로 한 자락 되면 얼마나 좋을 지요,
그래서 정진을 포기할 수 없는 게지요.
돌아와 깊은 명상시간을 더 길게 가져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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