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9.흙날. 맑음

조회 수 450 추천 수 0 2021.01.27 23:27:58


 

계속 한파경보 발효 중.

풀린 날이래도 시린.

-5, 새벽 3-15.

그래도 해 나고, 그래도 수행하고.

 

이런 일을 염려했다.

정작 마련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관리가 버거울 거라는.

매듭짓지 않은 일은 이런 식으로 문제를 번번이 남기는 꼴을

이 산골살림에 얼마나 봐 왔던가.

아이들 뒷간 뒤란으로 묻은 정화조를 덮는 일을 미루었고,

환기구는 위로 올리지도 않은 채 바닥 쪽에 나온 그대로 돌 하나로 막아놓고.

똥오줌이 든 정화조 안이 어는 일이야 들어보지 못했으니.

그런데 아직 거의 쓰지 않고 물만 들어있는 것도 문제였던.

위로 흙을 채 덮어주지도 못하고,

콘크리트로 덮느냐 마느냐 하며 지났던.

일을 맡은 이는 아직 멧골 겨울을 다 모를 테고.

그만 얼어버렸던 것이다!

정화조 들어가는 쪽도 나가는 쪽도 다.

변기 물이 흘러나가지 못하고 있는.

써보지도 못한 양변기인데, 곧 계자인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그렇지, 이곳의 혹한은 올 겨울도 우리를 배반하지 않지.

하자네요.”

그렇다.

일을 맡은 이가 달날 들어와 손을 보기로 했다.

우리는 이번 계자에 무사히 양변기를 쓸 수 있을 것인가...

 

혼자 살아도, 혼자 쓰는 공간이어도 정리가 필요한.

빨래도 청소도 설거지도.

청소기를 비우러 가는 길만 오롯이 눈 위에 나 있다.

미리 오갈 그 길은 쓸어 놓았더랬네.

살림이 넓어도 또 쓰일 곳은 또 그리 손이 가고.

 

한밤 벗의 문자를 받는다.

- 자냐?

- 아니.

- 잘라고 누웠는데 한참 잠이 안와서 다시 일어나 너의 마르디히말 다시 들고 앉았다.

- 아들한테 100을 다 안 한다고 뭐라 하는데

  요새 내가 나를 좀 보니까 사실 내가 그리 하더라. 100을 안해.

- 맨날 우찌 100을 해!

- 넘들은 책 낸다고 1년을 썼다는 둥 그러는데 나는 말을 못 붙임.

  제대로 잡고 쓰는 건 한 달도 안 되거든.

- 1쯤 남겨야 다음 거 시작허지.

  이미 있는 거 글로만 풀면 되니께. 글고 집중력은 짱이니.

- 엊그제 김은숙(시그널 집필했지, 아마) 작가 인터뷰 읽는데

  글 쓰고 내놓고 부끄러워한다지.

  자기 실력 다 드러나는 거니까. 백퍼 동의!

- 넘들은 시간이 많겄지.

  넌 드러나도 부끄러울 게 없잖냐.

- 아이다. 드러나면 부끄러운 것도 많아서 다 안 내놓기도.

- 넘들은 다 내놔도 부족해서 부끄럽겠지. 넌 숨길 것도 있구나.

- 내가 좀 얇다.

- 얇아? 넌 널, 니 글을 잘 모르네!

- 야아! 너 오늘 내 동력에 모터 하나 더 달아줄라고 연락했고나.

  한 열흘 처지고 수습하기 시작하는데 딱 네 소식.

우리에겐 그런 격려가 필요하다.

오늘 그대에게 마음을 보내노니.

, 다시 또 나아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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