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한파경보 발효 중.
풀린 날이래도 시린.
낮 -5도, 새벽 3시 -15도.
그래도 해 나고, 그래도 수행하고.
이런 일을 염려했다.
정작 마련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관리가 버거울 거라는.
매듭짓지 않은 일은 이런 식으로 문제를 번번이 남기는 꼴을
이 산골살림에 얼마나 봐 왔던가.
아이들 뒷간 뒤란으로 묻은 정화조를 덮는 일을 미루었고,
환기구는 위로 올리지도 않은 채 바닥 쪽에 나온 그대로 돌 하나로 막아놓고.
똥오줌이 든 정화조 안이 어는 일이야 들어보지 못했으니.
그런데 아직 거의 쓰지 않고 물만 들어있는 것도 문제였던.
위로 흙을 채 덮어주지도 못하고,
콘크리트로 덮느냐 마느냐 하며 지났던.
일을 맡은 이는 아직 멧골 겨울을 다 모를 테고.
그만 얼어버렸던 것이다!
정화조 들어가는 쪽도 나가는 쪽도 다.
변기 물이 흘러나가지 못하고 있는.
써보지도 못한 양변기인데, 곧 계자인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그렇지, 이곳의 혹한은 올 겨울도 우리를 배반하지 않지.
“하자네요.”
그렇다.
일을 맡은 이가 달날 들어와 손을 보기로 했다.
우리는 이번 계자에 무사히 양변기를 쓸 수 있을 것인가...
혼자 살아도, 혼자 쓰는 공간이어도 정리가 필요한.
빨래도 청소도 설거지도.
청소기를 비우러 가는 길만 오롯이 눈 위에 나 있다.
미리 오갈 그 길은 쓸어 놓았더랬네.
살림이 넓어도 또 쓰일 곳은 또 그리 손이 가고.
한밤 벗의 문자를 받는다.
- 자냐?
- 아니.
- 잘라고 누웠는데 한참 잠이 안와서 다시 일어나 너의 마르디히말 다시 들고 앉았다.
- 아들한테 100을 다 안 한다고 뭐라 하는데
요새 내가 나를 좀 보니까 사실 내가 그리 하더라. 100을 안해.
- 맨날 우찌 100을 해!
- 넘들은 책 낸다고 1년을 썼다는 둥 그러는데 나는 말을 못 붙임.
제대로 잡고 쓰는 건 한 달도 안 되거든.
- 1쯤 남겨야 다음 거 시작허지.
이미 있는 거 글로만 풀면 되니께. 글고 집중력은 짱이니.
- 엊그제 김은숙(시그널 집필했지, 아마) 작가 인터뷰 읽는데
글 쓰고 내놓고 부끄러워한다지.
자기 실력 다 드러나는 거니까. 백퍼 동의!
- 넘들은 시간이 많겄지.
넌 드러나도 부끄러울 게 없잖냐.
- 아이다. 드러나면 부끄러운 것도 많아서 다 안 내놓기도.
- 넘들은 다 내놔도 부족해서 부끄럽겠지. 넌 숨길 것도 있구나.
- 내가 좀 얇다.
- 얇아? 넌 널, 니 글을 잘 모르네!
- 야아! 너 오늘 내 동력에 모터 하나 더 달아줄라고 연락했고나.
한 열흘 처지고 수습하기 시작하는데 딱 네 소식.
우리에겐 그런 격려가 필요하다.
오늘 그대에게 마음을 보내노니.
자, 다시 또 나아가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