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6.물날.흐림 / 새 식구

조회 수 1561 추천 수 0 2005.10.27 21:20:00

2005.10.26.물날.흐림 / 새 식구

"아, 안돼!"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조금씩 읽어주고 있던 장편동화가 마지막으로 치닫는데,
어, 연결이 안됩니다, 끝 페이지가.
이런, 쪽수를 보니...
예, 한 장이 찢어져있던 게지요.
아이들은 거의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우리들이 깊이 빠져들었던 새로운 세계,
해방을 맞은 해부터 한국전쟁을 치러내며
낯선 땅을 고향삼아 살게 된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찌나 궁금턴지요.
제 나이 스물일곱에 읽었다고 메모가 되어있었습니다.
"십년도 더 됐는 걸..."
언제 출장 가면 꼭 챙겨서 읽어오거나,
아님 한 권을 사 오마 하였지요.

물꼬에 큰 그늘이 되는 어르신 몇 분께 글월을 올릴 일이 생겼지요.
아이들은 스스로공부를 하는 날입니다.
"언제 카드를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오늘 해요."
"개인 연구는?"
"자기 스스로공부를 카드에 하면 돼요."
우리 채규 선수의 제안에 모두가 손뼉 쳤지요.
산골짝 가을을 나눠 드리려고
자기가 연구해온 중심생각을 카드 위에 옮기며 오전을 보냈답니다.

은행이 지천이지요.
털어도 털어도 남은 게 더 많습니다.
마치 무엇의 알처럼
그간 가만있다, 그간 자라온 경로도 없이
막, 마악 태어난 것처럼 뛰어내리는 은행들입니다.
아이들의 오후는 그걸 줍는 거였지요.
쌀쌀한 초저녁 멱을 감지 않으면 안될 만치 은행에 섞여 있었답니다.

큰 해우소 옆 목공실 비닐집엔 새끼 들고양이 하나 삽니다.
언제적부터 와서 지집이 되었지요.
옆구리에 진득진득한 무언가가 붙어있어
깨끗하게 해준다고 열택샘이 그걸 뗐더랬는데
이런, 엉겨 붙어 피부까지 벌겋게 드러나는 상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상처가 아물어가도 떠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요.
학교 둘레 집 하나씩 차지한 개들 가운데
저 뒤란의 까미랑 유달리 친한 듯 뵈고 아이들과도 정을 나누는데
아무래도 이 가을 새 식구로 들앉으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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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6일 물날 흐리다 맑음

고양이

물꼬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새끼 고양이다. 흰색, 회색, 검은색이 섞인 고양이다. 옆구린가 다리에 상처가 있다.
꽤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저번에는 우리가 만지고 그래서 이틀 정도 만에 죽었는데... 역시 우리가 잘 안만지니까 더 오래 사는 것 같다.
이제 우리들도 잘 따른다. 쓰다듬어주면 기대고 우리를 빙글 돈다. 귀엽다. 그리고 다리를 좀 벌리고 쪼그려 앉아 있으면 그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앉는다. 안심이 되나 보다.
그리고 겁도 없었다. 까미집에 가서 누워있는다. 그런데 까미는 무서워서 못들어간다. 좀 있다 와봤는데 까미가 밖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먹이는 개밥이랑 물을 먹는다. 그런데 걔는 누룽지를 좋아한다.
그 고양이가 열심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

(5년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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