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
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
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
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
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
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키거리며 당신이라고......, 금
방 울 것 같은 사태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
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
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 집’ 전문)
책장에서 오래된 시집 한 권을 뽑아 들다.
정확한 차례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시인이 생각났고,
그의 시집이 생각났고, 그래서 시집을 뽑았다.
그렇게 ‘말’은 남더라.
대처의 한 아파트 꽃밭에는 목련이 피어올랐다.
대해리는 아직인데.
교육 관련 번역서를 하나 읽었다.
번역도 엉망, 그저 논문 번역한 느낌. 그런 게 대중서는 아니지.
옛적 복사본으로 읽던 헤겔의 변증법이 떠올랐네.
대중서라면 적어도 친절해야 할 것.
출판을 계약한 책의 원고를 써가는 중이다.
글쓰기는 안개 속, 자주 좌절하고,
그러다 또 할 만하겠다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