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13.나무날. 맑음

조회 수 351 추천 수 0 2021.06.14 23:10:14


 

한낮 29.

어제부터 몹시 더워졌다.

찔레향이 넘친다. 일제히 날아오르는 새처럼 오늘 갑자기 마구 피었다.

 

아침뜨락을 걷다가 아가미길 끝에서 너머 마른 계곡을 내려다 보다.

맞은편으로 다시 언덕인데, 그 풀섶에서 뭔가 움직였다.

멧돼지나 고라니, 너구리의 시간은 아니다.

, 봤다! 달골의 산토끼. 살금살금 나와서 안전하다 싶자 몇 짝 뛰었다.

살짝 움직인다는 것이 내 발소리가 제법 컸나,

갑자기 획 돌아서서 숲으로 사라졌다.

아차! 아는 체 말아야지, 불안해지면 새끼들을 다 끌고 이사를 가버린다던데.

몇 해 전 이른 아침 아침뜨락 들머리 계단을 막 오르려던 순간 지나쳤던 뒤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그다.

꼭 개사료 같이 생긴, 호박형태의 토끼똥만 몇 차례 보았을 뿐.

살아있었구나!

다람쥐도 있고 족제비며 뱀이며 곤줄박이며 꾀꼬리며 두루두루 살지만

그들을 잃고 싶지 않다.

 

수로 댐 작업.

이렇게 말하니 무슨 대단한 큰 공사 같지만

아침뜨락 대나무 수로를 지나 뽕나무를 휘돌고 너럭바위를 끼고 고불거리며 가는

아주 작은 실도랑을 정비하는 일.

그곳이 낮아 물이 옴()() 쪽으로 크게 스며 넘치고 있었더랬다.

밭을 매며 나온 돌들도 마침 제법 많아서

이참에 그 일을 하고 말자 하였네.

그런데 이곳에선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가는 걸음이 길지.

걸음 사이 할 일이 또 보이니까.

도랑 건너 너른 돌 한 장으로 된 다리가 있는데,

다리 건너에 큰 돌 몇 개도 두어 계단 놓고 싶었네.

그 일부터 하고 나니 수로는 손도 못 댄.

내일 오후 또 서너 시간 내보려지.

 

서울 강남에서 작은 서점을 하는 벗이 안부를 물어왔다.

올해 내려고 준비하는 책이 공교육 옹호 관련 내용이라 하니

여기서 학교를 보면 있으나 마나 싶다.’ 했다.

사교육으로 채우고 있다는 답으로 들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시 말하고 싶었다.

공교육은 강화되어야 한다. ,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어야겠지.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5월 빈들로 신청들이 있었고,

여러 차례 방문을 요청한, 지난해 함께 제도학교에서 보낸 동료들도 있었다.

날을 조율하다.

이곳은 여유로우나 끊임없이 바쁘다. 그런데 또 한적하고 한가하기도.

멧골살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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