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렸다. 바람이 많았다.

보름 수행 일정의 중요한 한 부분은 밥을 해먹는 일.

희중샘이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책방 책장 앞 먼지를 걷고,

다른 한 사람은 마늘밭에서 마늘쫑을 뽑았다.

오후에는 모두 달골 올라 바위 축대 사이의 풀을 뽑았다.

블루베리 사이에 난 풀도 맸다.

스무 그루도 되지 않는 나무지만 열매가 풍성하다.

올해도 연어의 날 샐러드에 그것들이 더해질 것이다.

느티나무삼거리에서 사이집 가는 사이에 깔린 깔판 가 쪽의 풀도 정리하다.

보름 수행을 들어온 이가 엊그제 날적이에 그리 적고 있었다.

수행방에 쓰인 문구 지금 행복하십니까?’!’라고 답했다고.

물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위의 문구를 보았을 때는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을 거라고.

크고 많음의 행복이 아닌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다.’고 맺은 글이었다.

 

저녁수행으로 모두 윗마을 돌고개까지 걸었다,

제습이와 가습이를 앞세우고.

습이들 둘은 서로 먼저 가겠다고 헐레벌떡 우리들을 끌었다.

밤에는 모여서 1시간 책을 읽었다.

수행 기간이 아니면 책을 들여다보는 짬도 잡기 어려운 멧골살이라.

 

여러 사람이 드나들고, 그만큼 오가는 감정도 여러 결이다.

두 사람 간에 벌어진 갈등이 있다면 양쪽 말을 들어보아야 한다.

언제나 기억은 제 중심이고 말 또한 그럴.

물꼬의 바깥샘 둘이 몇 해를 서로 하고 있는 오해 하나가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 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기억을 가졌고,

그것은 각자가 가진 성인지감수성 차이에 따른 간극이기도 할 것.

여기서 같이 보낸 적이 있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한 편에서만 들어왔는데,

오늘 다른 편의 이야기를 듣다.

때로 자신의 입장을 더 잘 전하기 위해 과장하는 경우도 있으리.

어른의, 혹은 선배의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었네.

어떤 이야기든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할 것.

내 입장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적어도 다른 이를 매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게다.

 

메일을 여니 올해 책을 낼 출판사 편집부에서 들어온 수정원고가 있었다.

거의 밤을 지새우며 2차 교정 중.

사흘 동안 보고 넘기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46 운동장 또 한 겹 입히다, 4월 13-14일 옥영경 2004-04-27 1525
6545 4월 14일 물날, 김태섭샘과 송샘과 영동대 레저스포츠학과 옥영경 2004-04-27 1713
6544 4월 15일 나무날 총선 투표하고 옥영경 2004-04-28 1503
6543 4월 16일 쇠날, 황성원샘 다녀가다 옥영경 2004-04-28 1459
6542 4월 15-17일 처마 껍질 옥영경 2004-04-28 1530
6541 4월 17일 흙날, 황갑진샘 옥영경 2004-04-28 1587
6540 물꼬 노가대, 4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4-28 1654
6539 품앗이 최재희샘과 그의 언니네, 4월 17일 옥영경 2004-04-28 1554
6538 4월 18일 해날, 소문내기 두 번째 옥영경 2004-04-28 1412
6537 4월 19일 달날 아이들 집 댓말로 바꾸다 옥영경 2004-04-28 1524
6536 4월 20일 불날 잔치 앞두고 옥영경 2004-04-28 1515
6535 4월 21일 문열던 날 풍경 - 하나 옥영경 2004-04-28 1618
6534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둘 옥영경 2004-04-28 1504
6533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셋 옥영경 2004-04-28 1616
6532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350
6531 4월 22일 나무날, 봄에 떠나는 곰사냥 옥영경 2004-05-03 1744
6530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61
6529 5월 2일, 룡천역 폭발 사고를 놓고 옥영경 2004-05-07 1583
6528 5월 2일 해날, 일탈 옥영경 2004-05-07 1547
6527 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옥영경 2004-05-07 163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