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봐라, 물꼬 날씨 좀 봐!”

오전에 희중샘과 학교아저씨가 아침뜨락의 아고라와 지느러미길 풀을 뽑고 일어서는데

비가 들었다.

딱 정오였다.

절묘한 날씨에 웃음이 절로 났다.

소나기 다녀가는 세 시간, 덕분에 다시 원고를 붙잡고 내처 수정을 했다. 2차 교정 중.

간밤에도 밤새 하던 일이었다. 사흘 보고 넘기기로.

 

모든 일은 한 번에 온다는 그 말대로

11시에 급히 손님들 들었다.

사이집 건물의 남쪽과 북쪽의 보충공사를 논의하는 자리.

스케치한 도면을 보더니 바로 이해.

공사를 통째 주는 일이 아니라 일당으로 지불할 것이라

별 이윤이 될 공사는 아닐.

해 보겠다 했다. 여기 상황으로선 9월에야 할 수 있겠다.

느티나무동그라미 뒤로 놓을 좌선 토굴방과 같이 진행하려던 일이었는데,

결국 따로따로 일이 될 모양이다.

 

창고동에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또 탈이 났던 변기 하나,

오늘 하얀샘이 새로 사들여왔다. 작업이야 틈을 봐서 하기로.

넓은 데는 기계를 돌릴 풀인데,

아쿠, 안 썼던 걸 하려니 또 탈이다.

잔디깎는 기계가 통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하얀샘이 고치러 나가다.

 

오후 희중샘과 기숙사를 청소하다.

손이 하나 더 있으니 더 구석진 곳까지 눈이 간다.

창고동과 햇발동을 잇는 구름다리 철제 창살에도 걸레질을 할 수 있었다.

! 전체 정리를 하고 나설 무렵 싱크대 아래 물이 흥건한 걸 발견했다.

변기 하나와 샤워기 수전 하나 터진 것 말고도

싱크대 아래 관 하나가 새고 있었던 것.

아차! 월동준비 때 더운물 쪽으로는 물을 제대로 빼지 않았던가 보다.

늘 해도 늘 구멍이 생긴다. 오래 살고 있는 공간이어 놓치는 게 없으려니 해도

어딘가 허점이 있고 그것은 결국 문제로 이어진다. 지독한 산골살이다.

일단 이번 일정은 끝내고 손보기로.

 

늦은 저녁이었다.

퇴근을 하고 나선 걸음이라 황간에서 택시로 들어오는 진주샘이었다.

거기 맞춰 밥상을 한 번만 차리기로.

덕분에 일도 꽉차게들 할 수 있었네.

 

비로소 5월 빈들모임을 열었다,

이번 일정에 동행하기로 했던 한 사람이 일정을 취소해 더욱 단촐하게.

일상의 깨달음들을 나누었다.

이렇게 수행하러 모이지 않아도 이미 우리 모두 삶의 수행자들.

노동에서 소외되지 않는 법이라면 여럿 있겠으나

무엇을 위한 노동으로 보기보다 일 자체를 완성형으로 보는 것도 방법이리.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파는 것도 돈 벌기를 넘어

친절함으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것도 공덕이라.

좋은 물건 좋은 상황이면 좋지만 그것 아니어도 우리는 존재로 충분! ...

그런 이야기들.

물꼬의 오랜 벗들 희중샘과 진주샘 있어

그간 물꼬의 여러 인연들에게 연락도 하다.

보육원 아이들이 시집장가 가서도 여전히 연결을 가지고 있어 고마웠다.

아이들이 자라는 대로 또한 잊힐 수 없는 물꼬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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