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좋았다. 화창한 날은 아니었으나 흐린 날도 아니었다.

아침뜨락을 걷고 내려와 수행방에서 해건지기.

몇 가지 제안 가운데 김치국밥이 아침밥상에 올랐다.

 

오전에는 먼저 간장집 남새밭과 본관 앞 꽃밭에서 집딸기를 땄다.

달골 딸기까지 더해져 잼이 될 것이다.

감잎도 땄다. 손닿기 쉬운 곳도 있지만

사다리도 놓고 컨테이너에도 올라가

더 고운 것들을 딴다고 즐거운 수선을 피웠다.

파란 하늘 아래 소풍 나온 아이들 같았다.

이 멧골이, 이 바람이, 이 나무들이, 이 사람들이 있어서

좋고, 좋고, 자꾸 좋았다.

평화 가운데 있었다.

 

오후에는 아침뜨락에서 다시 들어

수선화 뿌리를 갈라 심어주고 튤립 밭을 맸다.

아고라 쪽 뽕잎을 땄다.

굵은 오디들을 따먹고 혀들이 물들었네.

줄딸기도 따러 갔다.

진주샘이 딸기에다 줄기와 잎까지 달아 꺾었다.

처음 따보는 거라 했다.

딸기만 따는 거라고 보여주었더니

톡 톡 톡 딸기 따서 그릇에 담는 소리가 금세 전문가 되었더라.

딸기는 잼이 되었고,

뽕잎부침개와 뽕잎 나물이 저녁밥상에 올랐다.

 

밤에는 잘 씻고 말린 감잎을 면보에 싸서 상처를 내고

찌고 식히고 덖고 식히기를 네 차례 했다. 뽕잎 역시.

당장 차를 마셨다. 구숨하고 달았다.

여기는 또 만들면 되니까!”

뽕잎차와 감잎차를 진주샘 보따리에 싸 넣었다.

 

준한샘이 잔디기계를 고쳐와 풀을 밀었고,

창고동에 겨울을 나며 터진 여자 욕실의 수전을 바꾸었다.

 

이 밤, 계속 원고 2차 교정 중.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85 2022.11.25.쇠날. 맑음 옥영경 2022-12-24 340
6384 2020. 5. 6.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341
6383 2020. 5.19.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0-08-10 341
6382 2020. 6.23.불날.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20-08-13 341
6381 2020. 7.13.달날. 비 옥영경 2020-08-13 341
6380 2020. 7.31.쇠날. 갬 옥영경 2020-08-13 341
6379 2022. 4.27.물날. 맑음 옥영경 2022-06-09 341
6378 2022. 5. 4.물날. 맑음 옥영경 2022-06-14 341
6377 2022. 5.29.해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341
6376 2022. 7.23.흙날. 흐리다 저녁 빗방울 잠시 옥영경 2022-08-06 341
6375 10월 빈들 이튿날, 2022.10.22.흙날. 맑음 옥영경 2022-11-12 341
6374 2022.12.17.흙날. 펑펑 내리는 눈 옥영경 2023-01-06 341
6373 2022.12.28.물날. 진눈깨비 옥영경 2023-01-08 341
6372 2023. 3.31.쇠날. 맑음 / 달마고도는 물꼬랑 인연이 깊다? 옥영경 2023-04-29 341
6371 2020. 6. 6.흙날. 구름 좀 / 20대 남자현상 옥영경 2020-08-13 342
6370 2020. 6.13.흙날. 비 옥영경 2020-08-13 342
6369 2020. 7.11.흙날. 옥영경 2020-08-13 342
6368 2020.11. 2.달날. 흐림 옥영경 2020-12-03 342
6367 2021.10.27.물날. 정오를 지나며 말개진 하늘 / 일상을 붙드는 일이 자주 쉽지 않다 옥영경 2021-12-15 342
6366 2022. 5.19.나무날. 흐리다 오후 해 옥영경 2022-06-18 34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