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5.흙날. 또 눈 내린 새벽, 그리고 갠 아침

 

 

눈 위에 눈 날렸습니다.

눈 많기도 한 올 겨울입니다.

 

계자 끝을 붙잡고

초등 마지막 겨울을 아쉬워라 하던 세인이와 세빈,

오래 바랐던 대로 하루를 더 묵었습니다.

더 머물기로 했던 성빈이와 형찬은

역에 오신 부모님을 따라 가방도 두고 차에 올랐네요.

달날 택배로 보낸다 했습니다.

희중샘, 영욱샘, 세아샘, 유진샘도 하룻밤 더 잤습니다.

희중샘과 영욱샘,

계자 내내 전체일정 뒷배노릇을 했더랬습니다.

모두가 잠자리로 들 때 아이들 뒷간 똥통을 비우고,

오늘도 마을을 나가는 버스 시간까지 푹 자도 좋으련,

모두보다 앞서 달골에서 학교로 내려왔지요.

뒤늦게 왔더니 모둠방과 복도를 다 쓸어놓고 갔데요.

아이들도 손 보탰다 합니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여

이 골짝 들머리 헐목까지 간 걸음들이 무색하게

마을까지 버스 들어왔네요.

사람들 나간 자리로

기락샘 그 편에 들어왔습니다.

비로소 겨울 계자가 끝이 난 겐가요.

 

아, 낼모레,

올 겨울 다녀가지 못한 품앗이며 새끼일꾼 몇 온다는 소식입니다.

두어 밤 잔다는 걸 한 밤만 묵으라 하였지요.

아무래도 계자 후속작업이,

글을 쓰거나 아이들 집과 통화하거나 이곳저곳 갈무리하는 일들,

더뎌질까 하여서이지요.

 

물꼬의 이번 겨울 일정은

물꼬가 그간 해왔던 새로운 학교운동과

(저는 이것을 대안교육으로 결코 부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대안교육은 그들의 길을 걸었고, 물꼬는 물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공동체운동에 대한 고민을 정리해나가는 걸로 맺으려나 봅니다.

운동의 성과와 전망을 평가할 때

혹 우리들은 그 잣대를 일그러진 주류사회의 가치관과 하등 다를 것 없이

자본적이고 물리적인, 그리고 즉각적이고 대중적으로 보았던 건 아닐까요.

운동의 성과와 전망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진보성이라 했습니다.

그것이 교육운동이라면

아이들을 정녕 제대로 가르쳤는가,

아이들을 정녕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가 아닐지요.

사회를 진짜 변화시켰는가, 혹은 사회를 정말 변화시키는가 하는 잣대로

그 운동의 성과와 정만을 보아야 한다는 역설에 견주자면 말이지요.

‘초라한 운동이 다 진보적인 건 아니지만,

진정으로 진보적인 운동은 언제나 당대에 언제나 초라했다.’

어느 실천가가 한 말입니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내적성찰과 확고한 신념 아닌가 싶습니다.

물꼬는 지난 4년여 침잠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초라할지도 모릅니다.

중심은 말입니다, 정말로 물꼬가 '교육'의 장이 맞는가가 아니겠는지요.

조금씩 생각을 가다듬으며

비로소 물꼬의 겨울 계자를 맺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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