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이 희뿌염할 때부터도 하늘이 잔뜩 무거웠다.
는개비가 이미 오락가락 하고도 있었다.
달골 아침뜨락과 기숙사 쪽을 여기저기 걸으며 일을 가늠한다.
연어의 날을 앞두고 꼭 해야 할 곳과 할 만하면 할 곳과 버릴 일을 본다.
주로, 당연히, 풀을 잡는 일이다.
그들은 달리고 나는 겨우 기어가는.
연어의 날! 기본 교육일정을 빼고 한 해 가운데 가장 큰 행사다.
하루라도 일찍 들어와서 거들겠다는 몇에게 당일 들어오라 일렀다.
점주샘만 다음 주 달날부터 들어온다.
“얼마나 고생을 하려고 그리 일찍 온댜?”
“2주 전에 가서 논다고 생각했는데, 늦어졌는데!”
그가 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도 더 바지런히 걸음을 재야겠다.
비가 본격적으로 시작기 전에 바깥일을 좀 하자고 움직인다.
사이집 남쪽과 동쪽 편백 울타리 너머 줄 선 바위들 위를 쓸고 물 뿌리다.
비가 오더라도 쉬 씻길 풀 가닥이 아닌 듯하여.
그제 잔디를 깎고 날린 것들이었다.
블루베리를 따려니 조금 굵어진 비.
내일 따도 되려니.
바야흐로 블루베리 수확철이다.
낮엔 제법 추적이던 비가 저녁빛에 가랑비에서 이슬비로 바뀌었다.
마음먹었을 때 손이 갈 수 있을 때 하자고 창고동 앞으로 갔다.
꽃밭에 심은 적 없으나 자란 제법 키가 큰 나무 셋이 어지러이 엉켜 있다.
그 아래로 층층나무도 자라고, 어린 소나무도, 그리고 산에서 옮겨다 심은 단풍도 있다.
사초들도 있고, 우산나물도 하늘말나리도 더덕도 비비추도, 그리고 꽃취도 백합도.
그 앞을 바로 우리의 은동이 금동이 끝동이 지키고 섰는 거다.
우리들이 잠들면 그제야 깨어나 덩실덩실 온 달골을 춤추고 다니는 그들.
사다리를 놓고 올라 창고동 창문을 가리는 가지들을 쳐주고,
중심가지의 키도 낮추었다.
햇발동 앞 대야의 백련과 아침뜨락 지느러미 길 시작점의 양편 물화분에 심었던 수련이
결국 이곳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수련을 화분으로 셋 들였고,
오늘 물화분으로 옮겨주었다. 심어주었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다.
기존의 뿌리를 잘 파내고(벌써 물풀들이 씨를 내린 것들을 뽑아내고),
거름을 좀 밀어넣고 단단히 심었다.
조직이 연한 줄기라 찬찬히 조심조심 자리들을 잡아주었다.
가지런히 해주어야 저들 자라기도 수월할 것이라.
일을 끝내자 비가 굵어졌다.
학교에서는 노란 천막 안인 바깥수돗가와 비닐하우스 창고 정리.
“6월 말 전에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작가님으로부터 들어온 메일이었다.
이번에 낼 책(가제 <학교를 다시 읽다>)의 추천사를 어제 부탁드렸고,
당신 글도 손을 못 댄 채 포도농사철이 한창이지만
짬을 내주시기로.
결이야 달랐겠지만 동시대에 비슷한 일을 해왔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
그 마음이 닿았으리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