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야 비가 그었다.
그래도 간간이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하늘은 계속 무거웠다.
간밤에 또 멧돼지들 다녀갔다.
발자국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 행태로 봐서 새끼인 듯.
아주 이 골짝서 사나 보다.
갈퀴로 긁듯이 여기저기 넓고 얇게 파헤치고 있었다.
대나무 수로 이어지는 실도랑 근처 모았던 잔돌들이 다 헤집어져 있었다.
지난해 크레졸을 걸었고, 효과를 봤다.
학습효과로 이제 소용없어진 듯.
호랑이 똥이 특효약이라지만 그것조차 이틀이면 발로 차버리고 농작물을 먹고 간다지.
사람 냄새나는 옷가지며 머리카락도 콧방귀만 뀐단다.
전기목책을 칠 것도 아니고,
가시철조망이나 파이프를 박고 울타리를 칠 여력이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닌.
속수무책이다.
그들은 주에 한 차례는 다녀가는 듯하고,
그저 흔적을 수습하는 걸로 날이 간다.
아침뜨락의 샤스타데이지가 지고 있다.
키 큰 것들이 쓰러지고.
일부를 벤다.
아래쪽에서 다시 올라오는 것들이 있으니
혹 연어의 날에 꽃을 또 피울지도.
하기야 열흘에 기대할 일은 아니겠네.
상황을 보고 나머지도 베든지,
아니면 데이지가 있었노라 허물어져가는 그네를 보기라도 하든지.
제습이와 가습이 산책이 아니었으면 못 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앵두가 익었더라, 모든 열매가.
매달린 채 뭉거진 부분이 생기도록 보지 못했다.
위치가 학교 뒤란이니.
“얘, 좀 기다려 봐!”
습이들을 세워놓고 한참을 따먹었다.
따서 두고 나눌 만큼은 아니었고,
올해는 알도 잘았다.
뒤란의 몇 그루 산오디들도 후두둑 떨어져 길을 덮고 있었다.
따서 뭔가를 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질 잘디 잔.
아침뜨락의 아고라 울타리에 아주 아주 굵은 게 있으니
더욱 나머지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보고 지나쳤다.
설악산으로 가던 고속도로에서 차의 조수석 앞 유리창에 금이 갔더랬다.
자꾸 번져가기는 했지만 운전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꼬에 들어와서야 인근 도시로 보낸 차가 오늘 돌아왔고,
운전해온 이를 보내느라 다시 나갔다 오다.
나간 걸음에 사들여야 하는 물건 두어 개 실어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