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28.물날. 맑음

조회 수 354 추천 수 0 2021.08.10 01:47:34


 

맑았다. 먹구름 한 조각 걸리기도 했지만.

아침에는 아침 일을 하고 저녁에는 저녁 일을 한다.

나뭇잎은 자라고 나날이 무성해지고

별일도 없는 날이라도 한 생이 한 생을 살고

스러진 날 위로 새 날이 또 온다.

 

아침에는 사이집 돌담 아래 북쪽을 훑었다.

이른 아침 세 시간 노동에 한 일이라고 겨우 그 한 줄.

손이 그리 더딘 사람도 아닌데.

오후에는 꽃그늘길 곁의 작은 동그라미 지대를 감싼 검은 주름관 안의 풀을 뽑고,

미궁으로 올라가 북쪽 수로 위의 경사지 풀을 뽑았다.

오랫동안 해야지 하던 일인데 그거 할 짬이 안 나더라.

교육 일정이 끝나면 여유로이 해야지,

그러는 사이 또 일정이 닥치고 일이 또 넘어가고.

왜 거기 눈을 두셔서는...”

뭔가 거짓말(하는 사람) 같아서...”

얼굴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발에 시커먼,

혹은 화장 잘하고 사실 제 방은 쓰레기통인 것만 같아서.

청소의 핵심은 후미진 곳 구석진 곳이라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측백나무 울타리 너머이므로 우리 영역이 아니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날 때마다 눈에 걸렸다.

마음을 먹고 잊지 않으면 하는 날이 온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침뜨락 손이 닿아야 할 곳들이 웬만큼 되자

하얀샘이 들어와 잔디 깎는 기계로 넓은 곳을 밀었다.

여전히 돌은 많아 칼날을 자주 쳤고,

어쩌다 일하는 사람 다리에도 튀고,

기계가 멈추는 횟수도 잦아졌다.

그러다가는... 급기야 서버렸네.

풀을 뽑는 것보다 돌을 줍는 게 더 바쁜 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돌만 줍고 있을 것도 아니고...

사람들 보이면 돌부터 줍겠습니다.”

결국 예취기로 마무리를 하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에 실리는 사진 때문에,

특히 예정에 없이 갑자기 편집부에서 가려 뽑은 것 때문에

사용허락을 바삐 받아야 했다.

결론은 모두 흔쾌하게 동의함.

한 아이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걸렸다.

보호자가 매우 강경한 분으로 알려져 이 건 관련 통화를 하고 있는 교사가

대략의 원고를 보고 거기 등장하는 그 아이 이야기가 실리는 것에 반대한다 했다.

그 아이가 땡강 피우는 장면이 있었다.

이 아이 보호자가, 부모가 좋아하겠냐는 말이었다.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우리 모두 그런 시간을 통해 자란다.

그게 왜 흉인가.

저는 그것을 부정성으로 보지 않고

그런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 아이랑 쌓은 우정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도 자랐고, 나도 자랐을.

그냥 우리들이 한 때 아이였던 시간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어떻게 말 잘 듣는 아이만 있고,

그것만이 긍정이겠는가.

그래도 선생님이 내라 마라 얘기할 부분은 아닐 듯합니다.

제가 직접 통화를 해보겠습니다.”

다행히 그 보호자가 흔쾌해했다.

선생님이 책에다 쓰신 이야기라면 (적어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셨다.

고마웠다.

 

계자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그래서 신청자가 더 있을 수도있겠지만 마감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전국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7일부터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또한 3단계로 조정됨에 따라

초등 계자 역시 청소년 계자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합니다.

7 28일인 오늘 신청자까지만 참가 가능합니다!(7 30일 자정까지 등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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