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9.흙날.맑음 / 악은 왜 존재하는 걸까

조회 수 980 추천 수 0 2005.11.21 08:12:00

2005.11.19.흙날.맑음 / 악은 왜 존재하는 걸까

호숫가는 추웠습니다.
나무 아래는 볕이 들었으나 바람 드니 춥기 매한가지였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미동도 않고 앉았더랍니다.
"악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물었습니다.
진리에 도달하면 악의 세계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니
없어질 것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무에 있겠느냐,
그런 얘기들을 나누고 돌아왔더라지요.

'풍물'은 고래방도 아닌 큰 마당도 아닌 배움방에서 했습니다.
우리 악기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들을 사진으로 실컷 구경하고
그것들이 낼 소리들을 상상하며 즐거웠던 시간이었지요.
방향이며 나각, 생황을 특히 재밌어라 합디다.
큰 맘 먹고 사들인 두툼한 국악서적 하나가 요긴하게 쓰였답니다.

춤을 다녀와서 2006학년도 입학절차 가운데 첫 면담이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다음 불날까지 이어질 참입니다.
일곱 가정,
우리들은 어떤 만남이 될 지요?
누구에겐들 생이 만만했을까요,
그들이 우리를 자극하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할 겝니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뜨개질모임을 한다며 곶감집으로 갔습니다.
류옥하다도 뜨개질통을 들고 가데요, 오늘은 게서 잔다고.

요즘 큰 해우소를 들어설 때마다 혼자 웃는답니다.
남자 여자 쪽이 다 다섯 칸씩 이루고 있는데
얼마 전 창고로 쓴다고 두 칸씩을 막아서 연탄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화장질을 막아 창고로 바꿔보자는 건 아주 한참 전에 거론된 적이 있었지요.
"나 이문동 살 때, 우리 들어갈 때 수세식변기 놨잖아,
그 때 어머님이 바깥 재래식 화장실을 뚜껑 덮어 창고로 쓰더라."
친구 어머니가 내줘서 잘 쓰고 있던 집의 예까지 들며
모자라는 공간을 어찌 좀 메워보자 하였지만
그땐 모두 심드렁했지요.
심지어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때가 있는 법이지요.
틀림없이 옳다는 것도 공동체식구들이 반대하면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도 고집이니까.
그게 옳다면 시간이 걸리긴 하나 결국 그리 흐르게 될 테지요.
"봐, 내가 그랬잖여..."
지금은 아무도 기억치 못한 채 언제 그런 말을 했냐 할 걸요.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겁니다,
'평화란 남이 내 뜻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라던가요.
그러니 또한, 같이 사는 일이 그리 어려울 것도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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