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있을 이쪽 마당의 잔디를 패내
잔디가 비어있는 저쪽 마당으로 옮겨 심으려는데,
비만 내렸다.
우산을 쓰고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
영어원서 번역을 검토해달라는 의뢰를 받아두고 있었다.
인디언 톨텍의 유산에 관한 책이었다.
한 주 만에 보내자 했는데, 부담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판권을 사고파는 일에 적게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싶자.
읽어야 한다, 부담은 스럽고(표현이 참...) 시간은 흐르고 가끔 하기 싫어하기도 하는 가운데 날은 흐르고,
그러다 퍼뜩 정신 차리고 한 이틀 읽었다. 진땀을 좀 뺐고.
사실 그리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다, 내 영어가 짧아서도. 그야말로 훑은.
'책은 읽는 사람이 스스로 가려고 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데려다 주지 않는다'는
안노 미쓰마사의 책 한 구절을 생각했다.
내게는 퍽 흥미 있는 주제였으니까.
읽다 보니 속도가 붙더라.
듣고자 하니 더 잘 들렸다.(읽고자 하니 더 잘 읽혔다.)
사랑, 즉 남녀 둘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 관계 맺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은 우리의 두려움(불안)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살피고
(알다시피 그건 내 안에서 오는 것.
그런데 머릿속에 만든 '부정'의 허상을 거짓인 줄 모르고 그것으로 자신을 가두는),
아이였을 때의 순수한 마음,
그러니까 어제에 대한 수치도 내일에 대한 걱정도 없이 ‘지금’에 있는,
바로 그 마음으로 자신 안의 완전한 사랑을 펼치라 했다.
결국 행복이란 우리 안에 이미 있고, 그것은 사랑의 결과라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저버리지 말고
진정 자신의 삶을 즐기고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의 길을 간다면 언제나 현재 진행형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그야말로 자신에게 눈 떠라,였다.
자신의 욕구부터 봐라, 자신이 되라, 자신을 받아들이고, 다음은 배우자를 받아들이고...
(이)책은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한다.
용서도 결국 자신을 위한 것,
자신이 되고, 자신의 삶을 살고, 그렇게 지혜로워지면 삶이 쉬워진다는.
이 대목, ‘삶이 쉬워진다’는, 이거 정말 매력있다.
읽다보면 불교나 기독교에 닿는다.
영성이란 게 종교성과 닿아있기에 당연히 그렇겠지만.
당신의 쓰레기는 당신의 쓰레기이다, 라는 구절이 크게 남았다.
맥락상으로는
당신의 쓰레기를 치울 사람은 당신이지 당신의 배우자(타인이) 아니다,
배우자도 일부 쓰레기를 가지고 있다,
그가 그 쓰레기를 치우도록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이렇게 이어지는 대목인데,
당신의 쓰레기는 당신의 쓰레기라는 바로 그 구절.
내 쓰레기를 타인이 치우게 하지 않겠다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고,
특히 내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더라도 남은 내 쓰레기를 다른 이들이 치우느라 힘들지 않게
한 번씩 내 삶의 쓰레기를 점검하기에.
다시 새기는 좋은 말이었다는!
톨텍 인디언의 지혜는 <네 가지 약속>(김영사에서 나왔던) 정도만 알았는데,
아! 다 읽고야 찾아보니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원서였다.
견주어보니 앞부분 세 꼭지 차례만 살짝 차례를 바꾸었더라.
나 역시 읽으면서 차례가 그리 되면 더 좋겠다 싶더니
역시 그 책 편집자도 같은 생각을 했던가 보다.
결론, 여전히 이 책은 공감을 끌어내고,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이 되겠다.
아니, 보탬이 된다!
이런 책은 기본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새도 그런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내는 데 저는 한 표!
꼭 사서 읽겠노라 전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