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1.달날. 비

조회 수 347 추천 수 0 2021.12.08 22:14:40


 

또 한 어른이 저 세상에 우리들의 집을 지으러 먼저 가셨습니다...

품앗이 수연샘과 태희샘의 모친 김영선님께서 별세하여 부고합니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했던 당신이셨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가시는 길 부디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남은 두 따님의 좋은 벗들이 되는 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부고를 받았고, 다시 그 소식을 물꼬 식구들에게 두루 알렸다.

우리는 떠난 사람을 잘 몰랐지만 남겨진 사람들을 알았다.

떠난 이의 자식이 아니어도 우리 역시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대해리에서는 류옥하다샘이 먼저 장례식장으로 보냈다.

판교에서 집안 어르신을 뵙고 오던 하다샘은

타고 내려오던 버스를 세워 내려서는 도로 북으로 향한.


‘16시부터 조문 가능하다지만 류옥하다를 먼저 보낸다.

13시면 도착할 거다.

형제자마 같이 필요한 잔심부름 시키면 될 게다.’

짬짬이 상주에게 문자를 넣다.


정신이 없을 테니 굳이 답문자 안 챙겨도 된다.

이게 무슨 일이라니!

아무쪼록 굳건해라.

곧 올라가마.’


휴일이라 좀 조문객이 많을 거라 나는 화욜 저녁에 가서

거기서 밤새고 장지에 따라갈까 하는데.

이모 고모 있지만 혹 내가 할 일이 있다면 말하거라.

수욜까지 일정을 다 밀어놨다.’


내 평생 근조화환을 보내보기도 첨일세.

같이 어머니 잘 보내드리세

그런 건 허례라 여겼으나 그러고 싶었다.

이 부음 앞에 무엇이라도 하고자 한.

 

물꼬의 인연들이 애사에 소식들을 주고받았다.

고마웠고, 든든했다.

가는 이들은 가는 이들대로, 맞은 이들은 맞은 대로 연락들을 해왔다.

오랜 병환이었고, 지난 보름 동안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있어 그런지

빈소의 가족들이 담담하더라고 전해왔다.

다행하고 고마웠다.

 

저녁에는 준한샘이 사이집 툇마루에 달 한옥창문짝을 찾아오다.

인근 도시의 공방에 맡긴 일이었더랬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속에

물꼬에 든 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다.

죽은 사람은 떠나고

또 산 사람은 삶을 산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26 2021. 7.14.물날. 낮 5시 소나기 옥영경 2021-08-08 350
6525 2022. 5. 8.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22-06-15 350
6524 2022. 5.25.물날. 살짝 흐리다 밤비 / 설악산행 나흘째 옥영경 2022-06-24 350
6523 2022. 6.28.불날. 습을 머금고만 있는 하늘 옥영경 2022-07-26 350
6522 2022. 7. 4.달날. 한밤 번개 한 차례만 옥영경 2022-07-28 350
6521 2022. 7.13.물날. 비 옥영경 2022-08-01 350
6520 2022. 7.23.흙날. 흐리다 저녁 빗방울 잠시 옥영경 2022-08-06 350
6519 2022. 9.28.물날. 안개인 줄, 미세먼지라는 옥영경 2022-10-13 350
6518 2022.10. 2.해날. 흐리다 새벽 2시부터 비 떨어지다 옥영경 2022-10-18 350
6517 2022.11.27.해날. 맑음 / 김장 이틀째 옥영경 2022-12-24 350
6516 2023. 1.30.달날. 맑음 / 경옥고 첫날 옥영경 2023-03-03 350
6515 2023. 3. 6.달날. 맑음 / 첫걸음 예(禮), 경칩 옥영경 2023-03-26 350
6514 2020. 5. 6.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351
6513 2020. 5.18.달날. 맑다가 비 옥영경 2020-08-10 351
6512 2020. 7. 5.해날. 흐린 속에 안타까운 듯 두어 방울 비 옥영경 2020-08-13 351
6511 2020. 7.18.흙날. 흐림 옥영경 2020-08-13 351
6510 2020. 7.22.물날. 오후 잠깐 갬 옥영경 2020-08-13 351
6509 2021. 3.20.흙날. 비 옥영경 2021-04-27 351
6508 2021. 4.18.해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닫는 날 옥영경 2021-05-14 351
6507 2021. 5. 6.나무날. 잠깐 구름 옥영경 2021-06-09 35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