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1.달날. 비

조회 수 350 추천 수 0 2021.12.08 22:14:40


 

또 한 어른이 저 세상에 우리들의 집을 지으러 먼저 가셨습니다...

품앗이 수연샘과 태희샘의 모친 김영선님께서 별세하여 부고합니다.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했던 당신이셨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가시는 길 부디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남은 두 따님의 좋은 벗들이 되는 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부고를 받았고, 다시 그 소식을 물꼬 식구들에게 두루 알렸다.

우리는 떠난 사람을 잘 몰랐지만 남겨진 사람들을 알았다.

떠난 이의 자식이 아니어도 우리 역시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대해리에서는 류옥하다샘이 먼저 장례식장으로 보냈다.

판교에서 집안 어르신을 뵙고 오던 하다샘은

타고 내려오던 버스를 세워 내려서는 도로 북으로 향한.


‘16시부터 조문 가능하다지만 류옥하다를 먼저 보낸다.

13시면 도착할 거다.

형제자마 같이 필요한 잔심부름 시키면 될 게다.’

짬짬이 상주에게 문자를 넣다.


정신이 없을 테니 굳이 답문자 안 챙겨도 된다.

이게 무슨 일이라니!

아무쪼록 굳건해라.

곧 올라가마.’


휴일이라 좀 조문객이 많을 거라 나는 화욜 저녁에 가서

거기서 밤새고 장지에 따라갈까 하는데.

이모 고모 있지만 혹 내가 할 일이 있다면 말하거라.

수욜까지 일정을 다 밀어놨다.’


내 평생 근조화환을 보내보기도 첨일세.

같이 어머니 잘 보내드리세

그런 건 허례라 여겼으나 그러고 싶었다.

이 부음 앞에 무엇이라도 하고자 한.

 

물꼬의 인연들이 애사에 소식들을 주고받았다.

고마웠고, 든든했다.

가는 이들은 가는 이들대로, 맞은 이들은 맞은 대로 연락들을 해왔다.

오랜 병환이었고, 지난 보름 동안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있어 그런지

빈소의 가족들이 담담하더라고 전해왔다.

다행하고 고마웠다.

 

저녁에는 준한샘이 사이집 툇마루에 달 한옥창문짝을 찾아오다.

인근 도시의 공방에 맡긴 일이었더랬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속에

물꼬에 든 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다.

죽은 사람은 떠나고

또 산 사람은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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