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7.해날. 갬 / 첫얼음

조회 수 428 추천 수 0 2021.12.09 17:14:56


 

빳빳했던 고개들이 꺾여있었다.

초록의 기세는 한순간에 그리 무너졌다.

아침 6시 아직 어둑했지만 사물의 모습들은 선명했다.

영하 1도에 처참할 지경의 모습이었다.

수련이 살던 물항아리 표면에 살얼음이 얼었다. 첫얼음이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준비한다고 해도 뜻밖의 일이 되기 일쑤인 겨울인데 일러도 퍽 이르다.

 

오늘 설거지를 하며 더운물을 넉넉하게 썼다.

가마솥방 난로 위 주전자 물을 쓰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그 물을 다 썼을 때도 순간온수기를 틀어 썼다.

꼭 영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온수기를 켜는 걸 아껴왔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아끼고자 한 것이고, 결국 전기료를 아끼고자 한 것이며,

좀 더 적게 쓰고 살겠다는 건강한 지구인의 의지였던 셈인데,

웬만해서는 온수기를 틀지 않았다.

따져보면 따뜻한 물에서 설거지도 더 잘 된다.

세제를 쓸 일에도 따슨 물에서 더 잘 풀리고,

헹구는 것 역시 더 깔끔하게 되는.

찬물에 설거지를 할 때도 한 번씩 뜨거운 물로 그릇들을 부숴 소독을 했더랬다.

결국 더운물을 쓰고 마는.

그간 뭘 그렇게까지 아껴왔나. 그렇게 해서 남긴 게 무엇이었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별 소득도 없는 일이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미련했다.

물꼬에는 그런 구석이 적잖다.

과한 게 문제이지!

편리를 적정 수준에서 지혜롭게 잘 쓰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138 167계자 나흗날, 2021. 1.20.물날. 해 옥영경 2021-02-08 500
1137 167계자 닷샛날, 2021. 1.21.나무날. 청아한 하늘 지나 빗방울 떨어지다/ 푸르나가 사는 마을 옥영경 2021-02-09 548
1136 167계자 닫는 날, 2021. 1.22.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21-02-10 458
1135 2020학년도 겨울, 167계자(1.17~22) 갈무리글 옥영경 2021-02-10 462
1134 2021. 1.22.(쇠날)~23.(흙날) 봄날 같은 / 1박2일 ‘더하기 계자’ 옥영경 2021-02-11 513
1133 2021. 1.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1 445
1132 2021. 1.25.달날. 흐림 옥영경 2021-02-11 485
1131 2021. 1.26.불날. 비 옥영경 2021-02-12 489
1130 2021. 1.27.물날. 맑음 옥영경 2021-02-12 470
1129 2021. 1.28.나무날. 눈 옥영경 2021-02-13 473
1128 2021. 1.29.쇠날. 맑음,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1-02-13 518
1127 2021. 1.30.흙날. 해 옥영경 2021-02-14 496
1126 2021. 1.31.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4 498
1125 [2021. 2. 1.달날 ~ 2.23.불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1-02-14 812
1124 2021. 2.24.물날. 맑음 옥영경 2021-02-25 528
1123 2021. 2.25.나무날. 흐리다 세우 / 산불 옥영경 2021-03-16 427
1122 2월 어른의 학교 여는 날, 2021. 2.26.쇠날. 갬, 정월 대보름달 옥영경 2021-03-16 482
1121 2월 어른의 학교 이튿날, 2021. 2.27.흙날. 맑음 옥영경 2021-03-16 482
1120 2월 어른의 학교 닫는 날, 2021. 2.28.해날. 흐리다 빗방울 살짝 지나는 오후 옥영경 2021-03-16 582
1119 2월 어른의 학교(2.26~28) 갈무리글 옥영경 2021-03-16 47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