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7.해날. 갬 / 첫얼음

조회 수 432 추천 수 0 2021.12.09 17:14:56


 

빳빳했던 고개들이 꺾여있었다.

초록의 기세는 한순간에 그리 무너졌다.

아침 6시 아직 어둑했지만 사물의 모습들은 선명했다.

영하 1도에 처참할 지경의 모습이었다.

수련이 살던 물항아리 표면에 살얼음이 얼었다. 첫얼음이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준비한다고 해도 뜻밖의 일이 되기 일쑤인 겨울인데 일러도 퍽 이르다.

 

오늘 설거지를 하며 더운물을 넉넉하게 썼다.

가마솥방 난로 위 주전자 물을 쓰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그 물을 다 썼을 때도 순간온수기를 틀어 썼다.

꼭 영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온수기를 켜는 걸 아껴왔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아끼고자 한 것이고, 결국 전기료를 아끼고자 한 것이며,

좀 더 적게 쓰고 살겠다는 건강한 지구인의 의지였던 셈인데,

웬만해서는 온수기를 틀지 않았다.

따져보면 따뜻한 물에서 설거지도 더 잘 된다.

세제를 쓸 일에도 따슨 물에서 더 잘 풀리고,

헹구는 것 역시 더 깔끔하게 되는.

찬물에 설거지를 할 때도 한 번씩 뜨거운 물로 그릇들을 부숴 소독을 했더랬다.

결국 더운물을 쓰고 마는.

그간 뭘 그렇게까지 아껴왔나. 그렇게 해서 남긴 게 무엇이었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별 소득도 없는 일이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미련했다.

물꼬에는 그런 구석이 적잖다.

과한 게 문제이지!

편리를 적정 수준에서 지혜롭게 잘 쓰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498 2007. 2.28.물날. 맑음 옥영경 2007-03-10 1290
5497 2007. 3. 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7-03-10 1293
5496 2007. 3. 2.쇠날. 비 옥영경 2007-03-10 1709
5495 2007. 3. 3.흙날. 흐림 옥영경 2007-03-10 1238
5494 2007. 3. 4. 해날. 마른 비 내리는 위로 따순 바람 옥영경 2007-03-10 1374
5493 2007. 3. 5. 달날. 눈비, 그리고 지독한 바람 옥영경 2007-03-15 1242
5492 2007. 3. 6.불날. 맑음 /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영동 들다 옥영경 2007-03-15 1263
5491 2007. 3. 7.물날. 마른 눈발 날리는 아침 옥영경 2007-03-21 1183
5490 2007. 3. 8.나무날. 무지 춥네요. 옥영경 2007-03-21 1124
5489 2007. 3. 9.쇠날. 아주 괜찮게 맑은 / 생명평화탁발순례단과 함께 걸었다 옥영경 2007-03-21 1330
5488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970
5487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885
5486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954
5485 asdga 옥영경 2007-03-28 973
5484 2007. 3.10-11.흙-해날. 눈보라 / 달골에서 묵은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옥영경 2007-03-28 1242
5483 2007. 3.12.달날. 맑음 옥영경 2007-03-28 1323
5482 2007. 3.13.불날. 맑음 옥영경 2007-03-28 1298
5481 2007. 3.14.물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1037
5480 2007. 3.14.물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964
5479 2007. 3.14.물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97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