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7.해날. 갬 / 첫얼음

조회 수 437 추천 수 0 2021.12.09 17:14:56


 

빳빳했던 고개들이 꺾여있었다.

초록의 기세는 한순간에 그리 무너졌다.

아침 6시 아직 어둑했지만 사물의 모습들은 선명했다.

영하 1도에 처참할 지경의 모습이었다.

수련이 살던 물항아리 표면에 살얼음이 얼었다. 첫얼음이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준비한다고 해도 뜻밖의 일이 되기 일쑤인 겨울인데 일러도 퍽 이르다.

 

오늘 설거지를 하며 더운물을 넉넉하게 썼다.

가마솥방 난로 위 주전자 물을 쓰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그 물을 다 썼을 때도 순간온수기를 틀어 썼다.

꼭 영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온수기를 켜는 걸 아껴왔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아끼고자 한 것이고, 결국 전기료를 아끼고자 한 것이며,

좀 더 적게 쓰고 살겠다는 건강한 지구인의 의지였던 셈인데,

웬만해서는 온수기를 틀지 않았다.

따져보면 따뜻한 물에서 설거지도 더 잘 된다.

세제를 쓸 일에도 따슨 물에서 더 잘 풀리고,

헹구는 것 역시 더 깔끔하게 되는.

찬물에 설거지를 할 때도 한 번씩 뜨거운 물로 그릇들을 부숴 소독을 했더랬다.

결국 더운물을 쓰고 마는.

그간 뭘 그렇게까지 아껴왔나. 그렇게 해서 남긴 게 무엇이었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별 소득도 없는 일이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미련했다.

물꼬에는 그런 구석이 적잖다.

과한 게 문제이지!

편리를 적정 수준에서 지혜롭게 잘 쓰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6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8033
666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435
6664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927
6663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5590
666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214
6661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5079
6660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869
6659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750
6658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91
6657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677
6656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646
6655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616
6654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95
6653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579
6652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451
6651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315
6650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92
6649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876
6648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95
6647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