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0.달날. 맑음

조회 수 359 추천 수 0 2022.01.08 16:31:58


p.61

아니다. 아이는 그저 자신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리듬은 다른 아이들과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법도

평생을 한결같이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아이에게는 저마다 책읽기를 체득해나가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때론 그 리듬에 엄청난 가속이 붙기도 하고, 느닷없이 퇴보하기도 한다.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을 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포식 뒤의 식곤증처럼 오랜 휴지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거기에 아이 나름대로의 좀더 잘하고 있다는 갈망,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두려움까지 감안한다면......

 

'교육자'를 자처하지만, 실은 우리는 아이에게 성마르게 빚독촉을 해대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 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다. 되돌려주어야만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될수록 빨리

그렇지 않으면, 누구보다 바로 우리 자신부터 의심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 <소설처럼>(다니엘 페나크, 문학과지성사)


상담의뢰가 들어와 있다.

일단 메일로 주십사 했다.

그러며 그가 원하는 바상황이 스스로 정리가 될 것이니.

아무리 일러도 춘삼월 돼야 시간을 내드릴 수 있겠다.

 

여러 날 치과 치료를 하고 돌아왔다.

진흙 밭에 가면 밟은 신발 밑창으로 다음 발걸음에 더한 흙이 붙고,

붙은 흙이 또 다른 흙을 붙들어 놓지를 않는다.

이 치료는 내 인생의 진창에 든 신발의 흙 같은 일.

질기게 달라붙는다는 의미.

한동안은 무사한 걸로.

 

오는 걸음에 장을 봐서 들어왔고,

교무실부터 들어가 자동응답기부터 확인했다.

우편물이며 택배도 챙기다.

가마솥방 형광등 안정기를 갈기 위해 주문을 했는데,

아쿠, 잘못 왔다. 다시 보내고 배달을 기다릴.

이 멧골은 이런 게 또 일 같은 일이다.

햇발동 오신님 방 형광등도 갈았다.

한 분이 안정기 문제라고 진단한 말을 듣고 그러려니 하고 무심하다

얼마 전 확인하니 형광등 수명이 다했던.

 

습이네들 산책을 오래 못 시켰다.

아이 어릴 적 두고 나가면 아이가 보고파 서둘러 들어오던 걸음처럼

요새는 제습이와 가습이에게 그리 달려온다.

목이 빠지게 주인을 기다리는 그들이다.

몹시 반가웠다.

반가워하는 그들 얼굴도 알겠다.

 

밤새 사이집 방을 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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