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려는 책은 출판사에서 먼저 기획해서 제안해 온 독서 관련 책.
다룰 책 목록이야 주제별로 재작년 섣달에 밑그림을 그렸으나
시간이 흐르며 좀 달라지기도.
초고를 쓰면서 목록을 다시 따져보자니 문학서도 꼭 넣고 싶었다.(여지가 된다면 시집 한 권도!)
이미 포함한 게 없지도 않았으나
문학서를 대표할 그런 책,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을 그런 책을.
오래 고민할 것 없이 <백년의 고독>(혹은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을 생각했다.
마술적리얼리즘이란 말에 너무 갇혀버린 건 아니었나
그것보다 훨씬 너머에 있는 책.
밀림 같은, 그러나 위험하지는 않은,
말도 안 되는 마콘도 마을에서 말도 안 되게 살아간 호세 아우렐리아노 아르카디오 7대의 가계가
말도 안 되게 사실적이어서 말도 안 되게 입을 다물 수 없던 그 찬란한 세상!
더 엄청난 책도 많을 텐데 무슨 첫 손가락씩이나, 라고 말할 이들도 있을 텐데,
아, 오늘은 든든한 지지자를 찾았더라.
잭 머니건의 <고전의 유혹>(50권의 고전 혹은 명작을 즐기며 읽도록 돕는)을 훑는데,
그 역시 이 책을 수선스러울 정도로 찬사하고 있는.
하기야 어디 그만 그랬을까만 딱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지지자.
그의 책 말미에 ‘고전 및 명작 읽기 비법’을 달아놓고 있었다.
이 역시 의기투합한 걸로.
그리 새로울 거야 없지만
이제 책 좀 읽어볼까 하며 책을 권해달라는 스무 살들의 질문을 더러 받기에
이것도 같이 보내줘야겠음.
1. 펜을 사용한다; 우리는 주목하는 행위를 할 때 주목하게 된다...
2. 천천히 읽는다; ...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집중하다 말다 하면서 문단 사이를 표류하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페이지를 내려가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3. 다시 읽어라; ... 정말 좋은 작품은 갈수록 더 좋아진다...
4. 지혜, 짤막한 농담, 경구, 삶의 인용을 찾아내라; 이것은 위대한 책을 위대하게 만드는 특성이다. 그리고 자기 삶과 관련된 구절들을
더 많이 찾아 나설수록, 훗날 소중히 여길-그리고 써먹을-보물을 더 많이 찾게 된다.
5. 아이러니, 유머, 말장난, 구의 전환, 리듬 등등을 눈여겨보라.
6. 그러나 작은 것들도 놓치지 마라-어휘, 낱말 만들기, 십자말풀이 답 등.
7. 이해하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마라.
8. ‘비망록’을 쓰고 책 뒷면을 요약정리/찾아보기로 활용하라.
9. 적절한 판본을 선택하라.
10. 적절한 번역본을 선택하라.
11. 온라인 번역본을 피하라.
12. 영화를 먼저 보지 마라.
13. 무엇보다도, 즐겨라.
13번이 제일 맘에 듦.
<백년의 고독>은 그 어떤 책보다 읽는 동안 즐거웠고, 두고두고 오래 또한 그러하였다.
저녁 8시께부터 계자 사후 통화가 사흘째 이어졌다. 마지막 날.
그저 한 때 스쳐가는 인연인 줄 알았던 한 아이는,
그래서 부모랑 통화도 데면데면했지 않았을까 싶은,
다음에 오고 그 다음에 또 왔다.
비로소 우리(물꼬) 아이구나, 그리고 우리의 통화도 아이에 대한 걸 넘어 정을 나누게 되는.
고맙다, 쌓아가는 우정에.
처음 온 아이도 있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친척 손에서 자란 엄마는 큰 아이를 못 놓고 있었는데
더 늦기 전에 떠나보낼 용기를 냈다.
그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친구를 통해 신뢰할 만한 곳을 찾았다지.
그게 물꼬. 고마웠다.
심지어 엿새나 되는 긴 날 아닌가.
지내는 동안 아이는 자주 마음을 다쳤지만, 또 그 마음을 오래 지니고 있었지만
풀 줄 알았다.
강점은 강하게, 단점은 보완하게 돕기로.
통화하는 동안 엄마가 목이 잠겼다. 자식새끼라는 게 그렇다.
부모란 자식에게 열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존재라.
같이 키워봅시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