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살 집

조회 수 971 추천 수 0 2004.04.23 14:54:00
아이들이 때빼고 광내러 간 사이 도착한 학교.
예린 엄마와 상범샘이 제일 먼저 반겨주었지요.
예린이 엄마는 읍내 애들 살 집 도배지 사러 갔다가 우리 차 바로 뒤따라 왔더군요.
다 같이 야생화들 내려놓고 짐도 내려놓고..

그리고 큰뫼는 예린이 엄마랑 애들이 살 집 정리를 위해 갔고
전 그곳 품앗이 샘 목지영 샘을 도와 입학식 날 무대 뒤에 걸릴 걸개그림 그리는거 도와주러 갔구요.
목지영 샘 외 입학식 준비를 위해 다른 품앗이 샘들도 와 계셨구요.

품앗이 샘 도와 주는 일 끝내고 참을 챙겨 엄마들이 일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서울 사시는 분이 별장으로 쓰시는 집을 빌려 사용하기로 했었는데
이러저러한 사정들이 생겨 빈농가를 얻었다합니다.
그 빈농가를 희정 샘과 미리 와 있던 엄마들이 오전부터 대수선 작업을 시작하였구요.
아이들이 다음 날 바로 그 집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거든요.

참을 챙겨 들어선 그 집을 보는 순간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엄마들은 머리 가득 먼지를 다 뒤집어 쓰고 문짝 청소를 하고 있었고
희정샘 역시 먼지 가득 뒤집어 쓴 채, 그 더운날 아궁이 점검을 위해 불을 때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품앗이 일꾼으로 수원서 오신 한 분이 아이들을 위해 화장실 문을 새로이 달고 계셨구요.
마당 가득 쌓여져 있는 쓰레기 더미들,
그리고 어느 하나 정리되어 있지 않은 방과 재래식 부엌, 재래식 화장실..
순간 정말 할 말이 없어지더라구요. 어찌나 심란한지...

엄마들 말이 그래도 나현이 엄만 덜 하다고..
처음 이 집으로 봤을 땐 더 했다고...
잠시 쉬었다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엄마들 모두 별 말이 없었답니다.
모두들 얼마나 심란했는지 그저 일만 하시는 듯 했지요.
저 역시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결혼하고 처음 산골로 왔을 때 친정 오라버님 내외가 절 데려다 주었지요.
절 데려다 주고 가는 길에 친정 올케가 얼마나 울었는지..
끝도 없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온 집은 정말 변변한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지붕만 기와 였지 초가삼간 같은 집, 그리고 다 쓰러져 가는 듯 비스듬히 누운재래식 화장실..
그때 친정 올케의 그 맘을 충분히 이해할 듯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집에 아이들이 살 거라 생각하니 집에 돌아가 두 다리 뻗고 못 잘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저런 생각들을 하며 문짝을 청소하고 도배를 하고...
그 와중에 지원군들이(학부모, 품앗이 샘들) 한두명 오셔서 저녁 먹기 전에 벽체 도배를 끝내고
마당 가들 쌓였던 쓰레기도 다 치우고..
그러고 나니 처음 보다 훨씬 나은게 맘 역시 좀 나아 지더군요.
그리고 이 모든게 우리 령이가 강력하게 주장을 하였다 하여 전 꼼짝없이 군소리도 못하게 생겼구요.
령이가 집이 별로 안좋아도 학교에서 가까웠음 좋겠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했다나 어쨌다나..

저녁 먹고 남은 천정 도배하고 내일 장판 깔 수 있게 큰뫼랑 승진이 아버님이
바닥 흙미장도 새로이 하고 마루도 깨끗이 닦고...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선 다 같이 문짝에 새로이 창호지도 바르고..
낮에 언제 다 할까 싶었던 일이 한분 두분 학부모들의 손이 보태어져 새벽 2시경에 끝을 보게 되었지요.
사람 손이 무섭긴 무섭구나 싶었답니다.

다음 날 새 창호지 바른 문짝 달러 간 집은 정말 어제완 완전히 다르게 변해져 있었습니다.
저 만하면 괜찮네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요.
다행이 몸에 좋은 흙집인데다 언제까지 그 집에서 살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저런 집에서의 삶도 한 번쯤 체험해 봐도 괜찮다 싶은 생각도 들고..
아마 새로이 지을 애들 집도 친환경 집으로 지을 것 같습니다.
그 집을 위해 경복궁보수 때 대목이셨던 조준형샘이 집 짓는 일 아마 맡아 주실 것 같구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들의 심란했던 맘은 조금도 아랑곳 않고
저들이 앞으로 살 집이라니까 그저 좋기만 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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