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수행으로 열었고,

낮에는 제습이와 가습이 산책을 시켰다.

저녁에는 두멧길을 걸었네.

학교가 있는 대해리에서 다음 마을인 돌고개(석현리)는 이 골짝 끝마을.

2km, 대해리에서 물한리-영동간 큰길(헐목)까지도 같은 거리이다.

상심한 마음을 달래었다.

기대에 대한 좌절도 있었다.

누구 묘비였더라, 바라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웠다고.

바랐으므로 자유롭지 않았던 거다.

 

교무실에서는 가까운 지역 도서관들에 문건을 보낼 일이 있었고,

위 달골에서는 수로관 자리를 하나 팠다.

아래 학교에서는 들일을 했네.

하얀샘이 나흘째 못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다 부려줄 튤립이 차에서 꽃을 피웠다나.

봄 들녘에서 모두 걸음이 재다.

 

얼마 전 덮은 책 한 권은 공감이 퍽 크게 일었다.

글쓰기가 이래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이런 게 혁명이다 싶더라, 희망을 말하니까.

그걸 위해 깃발 들고 앞서는 게 아니라 찬찬히 삶의 이유를 말하고,

우리 삶에 이런 어둔 것도 있지만 다른 밝음이 있음을 말해주고,

우리 같이 거기로 가자고 자신의 부지런함으로 소리치며 앞서 달려갔다.

그렇다고 혼자만 달리는 게 아니라 모두 잘 가고 있는가 살피면서.

나도 같이 가고 싶다, 그런 말이 절로 나왔다.

상심의 시간, 그런 책을 만나 고마웠다. 나도 그런 책이 되고 싶었다.

위로와 위안과 공감과, 동시에 힘내라고 손잡아주는 책.

또 읽기로 한다.

그리고 한 청년에게 보내다, 책이라고 평생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게 거의 없다는.

두껍지 않고, 크지 않고, 쉬운 말도 있어서 책을 안 읽는 그도 읽을 수 있겠기에,

무엇보다 위로가 있고,

우리에게 좋은 생각을 하게 하므로.

이런 책이 좋은 책이다!

나도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나도 이런 말을 해야겠다.

올해 내기로 한 책 원고를 오늘은 좀 만져보는 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06 2020. 1.24.쇠날. 잠깐 볕 옥영경 2020-03-03 407
805 2023. 3.22.물날.맑음 옥영경 2023-04-11 406
804 2022.10.30.해날. 맑음 옥영경 2022-11-23 406
803 2022. 3.30.물날. 비 옥영경 2022-04-25 406
802 2020.12. 3.나무날. 흐림 / 블루스크린 옥영경 2021-01-09 406
801 2020. 9.18.쇠날. 갬 옥영경 2020-10-18 406
800 2023. 7.23.해날. 비 옥영경 2023-08-05 405
799 청계 닫는 날, 2021.12.26.해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05
798 2021.12. 9.나무날. 흐리다 맑음 / 유한계급론, 그리고 보이스피싱 옥영경 2022-01-06 405
797 2020.11.30.달날. 맑음 / 그가 새벽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옥영경 2020-12-24 405
796 2023. 5.30.불날. 갬 옥영경 2023-07-18 404
795 2023. 3.13.달날. 맑음 옥영경 2023-04-04 404
794 2023. 2.28.불날 ~ 3.1.물날. 맑고, 이튿날 흐린 / 금오산 야영 옥영경 2023-03-22 404
793 2022.12.31.흙날. 흐림 옥영경 2023-01-08 404
792 2022.10. 1.흙날. 맑음 옥영경 2022-10-13 404
791 2022. 5.22.해날. 맑음 / 설악산행 첫날 옥영경 2022-06-19 404
790 2022. 1. 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404
789 2021.11.20.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21-12-24 404
788 2020.11.19.나무날. 비 옥영경 2020-12-17 404
» 2022. 3.29.불날. 맑음 / 좋은 책에 대해 생각하다 옥영경 2022-04-25 40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