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15.쇠날. 맑음

조회 수 443 추천 수 0 2022.05.07 09:09:23


해건지기로 여는 아침.

오늘은 했다가 아니라 오늘도했다.

오전에는 학교 실습지 밭을 돌보고,

오후에는 달골에 들었다.

아침뜨락 아가미길의 광나무 아래 잔돌들을 주웠다.

광나무는 거개 죽었다. 재작년 겨울은 잘 건너 제법 푸르렀는데,

지난겨울을 넘기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을 테다. 

어쩌면 겨울보다 이른 봄의 냉해가 더 무서웠을.

학교 가장자리 나무들 사이에 있는 사철 몇을 캐다 옮길까 생각 중이다.

작업을 해도 장마께 할.

달못에서는 뜰채 망을 바꾸었다.

양파망을 잘 쓴다. 낚싯줄로 야물게 감침 해두다.

어제 옮겨 심은 샤스타데이지 모종과 개나리에 물주기.

샤스타테이지를 더 패서 기숙사 뒤란 언덕에도 세 군락쯤 심다.

올라 선 김에 축대 위 마른풀들을 검고 내려오다, 맨 윗단만.

다른 단은 또 다른 날 일삼기로.

 

마을의 이웃네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보기로 한 저녁.

들에서는 대개 그런 공간이 농사철 내내 살림공간이기도.

저녁답이어도 한창 일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

김치부침개 하나 부쳐 감귤과 챙겨가다.

얼른 막걸리를 내오는 어른들.

거기 부엌살림에다 냉장고까지 갖춘.

늘 가는 것보다 오는 게 많은.

갓 따온 표고버섯에다 닭들이 낳은 청란이며 씨앗들이며

손대지 않고 밀쳐둔 한과들까지 안고 오다.

5월에는 고구마순을 어마어마하게 놓으실 거라지.

복숭아 농사짓던 한 댁이 부부가 다 세상을 버렸다.

여름이면 과실을 넘치게 얻어먹으며

그 댁 밭에서 못해도 한해 두어 차례 자두를 솎거나 복숭아를 솎았다.

계자 아이들이 원 없이 먹던 복숭아가 그 댁 것이었던.

이제 자두도 복숭아 나무도 다 베어졌다.

마침 마을에서 다른 일거리를 찾았을세.

또 이렇게 가까운 이웃이 생겼네.

저마다들 바빠 마을 안에 같이 살아도 다 어울리기가 쉽잖은 거라.

특히 학교는 생활흐름이 또 다른지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506 105 계자 여는 날, 8월 1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8-04 1316
5505 12월 5일 해날 흐림 옥영경 2004-12-10 1316
5504 152 계자(7/29~8/3) 갈무리글 옥영경 2012-08-05 1315
5503 2009. 3. 8.해날. 맑음 옥영경 2009-03-21 1315
5502 2008. 6.28.흙날. 비, 억수비 옥영경 2008-07-11 1315
5501 2007. 5. 9.물날. 먹구름 좀, 그리고 비 옥영경 2007-05-21 1315
5500 2007. 4.25.물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07-05-14 1315
5499 9월 5일 달날 맑음, 마을아 잘 있었느냐 옥영경 2005-09-14 1315
5498 10월 9-10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10-12 1315
5497 9월 22일 물날 맑음, 딴 거 안먹어도 옥영경 2004-09-28 1315
5496 2016. 2.15.달날. 새벽과 밤 마른 눈발, 그리고 바람 옥영경 2016-03-08 1314
5495 2011. 9.10.흙날. 비 좀 옥영경 2011-09-21 1314
5494 2011. 4.27.물날. 흐리고 바람 많은 옥영경 2011-05-07 1314
5493 2007.10. 6.흙날. 찌푸둥한 하늘 옥영경 2007-10-17 1314
5492 2007. 6. 2.흙날. 맑음 옥영경 2007-06-15 1314
5491 2006.3.9.나무날. 흐릿 / 조릿대집 집들이 옥영경 2006-03-11 1314
5490 10월 8일 쇠날 흐림 옥영경 2004-10-12 1314
5489 152 계자 사흗날, 2012. 7.31.불날. 맑음 옥영경 2012-08-02 1313
5488 2011. 1.29.흙날. 아침 눈 펑펑 옥영경 2011-02-05 1313
5487 2007. 9.18.불날. 잔 비 옥영경 2007-10-01 13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