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세 아이 가운데 막내, 8학년 여학생이 학교를 가지 않고 있다.

요즘 흔한 일이다.

원인은 따돌림이라고 했다.

이제 아이는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고 있었다.

똑똑하고 예쁜 아이이다.

다행히 부모와는 사이가 좋다.

일단 한 달 동안 부모와 지내기로 했단다.

현재 정신과 상담도 병행. 약물치료도 고려 중이라고.

그래도 더한 길을 찾겠다는 부모가 물꼬로 한 연락이었다.

엄마는 아이가 학교로 어서 돌아가기를 바라고,

아빠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따돌림은 어른도 견디기 힘든 일.

아이들 세계에서 친구는 절대적인 존재인데

그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면 얼마나 암담할 거나.

화도 날 테고, 억울할 테고, 그 관계의 불안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이어질 테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을 테고, 살기가 싫어질 테고, ...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꼭 그럴 이유가 그에게 있더라,

흔히 그렇게 생각하는 교사들을 보았다.

그리하여 원인이 될 만한 것을 찾고 그 아이를 고치려한다.

내가 피해자인데 나한테 원인이 있다니!

겹겹이 자존감을 훼손당하고,

그래서 피해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고통스럽고, 급기야 입까지 다물어버린다면,

, 어디서 그 아이는 위로를 받으려나.

피해자의 특성이란 게 원인이었다기보다 결과일 때가 더 많다!’

그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일 때가 더 많더라.

어떤 이유로도 한 개인이 집단에 의해서 교묘하게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

 

상처 입은 아이에게 소금을 뿌리지 말 것.

네가 잘못이라고 다그치지 말 것.

그러면? 부모는, 아이의 고통을 함께 견뎌주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기,

네 뒤에 우리가 있다고 알려주기.

부모의 그런 태도가 아이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말하며 힘을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결코 자신의 문제로 그것을 해결하려 들지는 말 것.

아이의 문제는 아이의 문제이니까.

문제의 주체는 그 아이이므로 그를 '돕는' 방식이어야 할 것.

선한 부모들이다. (아비가 오랜 친구이다.)

부모인 우리 자신을 먼저 믿읍시다.”

적지 않은 문제들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한다.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는 동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기.

정히 어려우면 환경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테지.

전학이라든지, 학교가 아닌 다른 길을 찾을 수도.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이 실패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는 또 다른 시간임을 믿어 보자.

학교에 너무 많은 시간을 매여 살잖은가.

함께하는 시간을 따듯하고 풍성하게 보내며 힘을 기르고

다시 학교를 가거나 학교를 버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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