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꼽꼽한 땅에 풀매다.
한낮 마른 뒤엔 볕도 볕이지만 뿌리도 바짝 땅을 움켜지는 지라.
오후에는 사이집 마당 잔디를 뒤덮는 토끼풀을 매다.
잔디가 다 잡아먹히려 하고 있어.
저녁답에는 기계로 달골 너른 곳들 풀을 밀고,
학교에서는 예취기가 사흘째 돌아갔다;
교문께, 소나무 둘레, 빨래방 앞 살구나무 둘레.
저녁이면 사과나무와 대왕참나무와 겹벚꽃과 은행나무 물을 주다.
가뭄이 긴 날들이다.
앗, 사고!
그런 일 하나쯤 구색처럼 오셔야지.
느티나무 앞 장승 곁의 수도관.
아침뜨락 밥못으로 가는 관이 연결돼 있고,
호스도 달려있어 그 께 필요한 물을 거기서 다 쓰는.
이음밸브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난겨울 들머리 순간접착제를 발랐던 곳이었다. 금이 가 있었던.
손이 가긴 해야 했는데, 그 손이 닿기 전 수도관이 먼저 알려주었네.
그찮아도 안에 사람도 없는데 지하수 모터가 자꾸 돌아가
어디 새는 데 없나 찾고 있었던.
조금씩 새다 펑, 한 게지.
여기 때문이었다 이제 알았으니 다행.
임시로 막아두었다. 맞는 부품이 창고에 없어 사와야 할.
최근 자주 먹는 칠절판이다.
반찬이 그렇더라고. 집중해서 먹는 때가 있다.
그럴 밖에. 그때그때 들에서 나는 게 중심이니.
뭘 하겠다 보다 뭐가 있다가 중심.
호박이 마구 쏟아질 땐 그것으로 찌개 볶음 전, 갖가지를 하듯
아직 풋고추 철은 아니나 마침 풋고추가 한바구니 들어왔기
오늘은 풋고추전.
풋고추를 세로로 반 가르고 다시 가로로 툭 잘라 살짝 데친 뒤
고기 다져 속을 넣고 밀가루와 달걀물 입혀 기름에 굽다.
고추색이 곱게 하려면, 겉이 기름에 데지 않도록 겉쪽은 살살 익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