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교 "물꼬"를 다녀와서

조회 수 1036 추천 수 0 2004.04.27 12:09:00
오전 일찍해치우고 느긋이 떠나려 예정 했던 길이 오후 2시를 넘겨서야
안산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꼭히, 시간을 정해 놓고 가는 길은 아니지만 남의집 잔치에
이왕이면 제 때에 맞춰 가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자리를 지켜야
도리일것 같아 달리면서도 조급해 진다.

나를 아는 이도 없고, 또한 물꼬에 대한 사전이해도 부족한데
오직, "함께 걷는 강철"님의 성사 시키지 못한 일에 안타까움만 같이 하다,
Free School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물꼬에 대한 강철님의
생각과 이루심이 공감이 가 조심스레 참석하겠다는 연락과 함께
무작정 길을 나섰다.
가서 보리라!
가서 느껴 보리라!
그들이 십년을 준비하며 주문처럼 외며,
신앙처럼 믿어 왔던 일이 내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를....
혹시, 강철같은 이빨과 강철같은 심장으로 무장한 철혈 여전사는
아닐까? 하는 약간의 우려와 함께....

황간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물한계곡 어귀에 들어선길,
직지사 어름에 부모님 선영이 있어 성묘후 황간쪽이나
물한계곡 끝까지 돌아 다니다 오곤 한지라 그리 낯설지 않은 길을
지난해 태풍 매미의 상처로 그 아름답던 원래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물한계곡의 황량한 풍광을 마음 아파하며
대해리 큰말 에 도착했다.
대해리 정류장 입구까지 마중나온 물꼬 사람들....
방금 논에서, 밭에서 풀이라도 뽑다 온 듯한 수염자리와
밀짚모자가 잘 어울리는 "열택샘"(뒤에 알았지만).
겅중 거리며 뛰어 다니는 모습이 천상 이제 갓 입학한 초등학생이다.
전혀 꾸미지 않은 그 모습에 낯 선 이들을 만나는데 예의라는 핑계로
새옷으로 꾸며 입은 내가 어색하고 무색하다.
잘 차려 입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우습게 알지 말고 가까이 오지 말란 뜻 아닌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한 20분 걸어 큰말까지 걸어가는 길은
온 가족이 함께 와 아빠 엄마 손을 잡고 농익은 봄을 희롱하는 아이들 덕에
나를 이런저런 상념에서 끄집어 내어 봄날 들길 한 가운데서
같이 뛰며 걷고 헤 헤 거리게 만들었다.

좀 늦게 도착해 오후 4시부터 시작한 앞놀이로 근처가 왁자한 소리와
음식 냄새로 기름지다.
생각과 달리 마을과 동 떨어져 있지 않고 마을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학교.
아! 그래, 자유학교 "물꼬" 구나.
교문을 들어서자 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푸짐하고 기품있는 소나무가
먼저 눈에 가득찬다.
그 건너 쪽으론 이제 막 새잎이 나서 굵은 몸뚱이가 외려 우스워 보이는
당당하고 천진한 자태의 아! 그 살구나무 (그랬군요) 나무도 사람을 닮아 가나 보다. 자그마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마련한 무대뒤쪽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큰 걸개 그림.(우주선: 우 리가 주 인이 되어 선 택하는 세상)
운동장 가장자리로 열두어개의 각기 다른 놀이 체험장및 먹거리터-
새끼 꼬기, 봄꽃 들꽃으로 화관 만들기,야생화로 엽서 만들기,나무부적 목걸이
만들기,윷놀이 제기차기등 놀이 모둠, 설탕 녹여 만든 달콤한 뽑기, 매콤한
떡볶기, 난생처음 먹어 본 진달래꽃 화전 부침개 어느곳 하나 정감가지
않은 곳이 없으나, 무엇보다 진행하는 품앗이 선생님들과 함께한
아빠 엄마들의 진지하고, 몸 전체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준비 안된 나를
더욱 쭈뼜거리게 한다.

마침, 후덕한 모습의 화장끼라곤 전혀 없는 봄날 오후 햇살에 두볼이
발그레한 "희정샘" 의 다정한 반김덕에 무색함을 덜 수 있었다.
어느 님이 "함께 걷는 강철" 님 일꼬?
아마, 물꼬 교장샘인 옥 영경선생님 일꺼라는 짐작으로 목에 걸고있는
명패만 열심히 들여다 보며 각 각의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징소리(원래는 종소리인데 누가 가져 가 버려) 울리며
이른 저녁 식사시간을 알린다.
그전에 먼저 마실물을 찾아 식당에 들른 적이 있어
식당벽위에 " 밥이 하늘 입니다." 글에 밥과 먹거리를 도락과 취사선택으로
살아 왔던 나로써는 저녁 때꺼리 먹는일에 적잖이 긴장하며 가마솥걸린
배식대에 쭈뼛거리며 섰다.
버섯육개장국밥, 김치,볶은멸치,방울토마도 예닐곱개,야쿠르트 한병,
백설기 한 덩이. 참으로 간결하고 담백한 식단이 더욱더 나를 주눅 들게 한다.
근처에 자리한 아이들이 여기선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며 같이 온 부모님들께
일러 주는걸 들으며 꼭 나 들어라 하는것 같아 육개장 국물하나 안 남기고
김치, 멸치볶음, 야쿠르트,방울토마도는 꼭지만 남기고 싹 싹 비웠다.
백설기는 도저히 다 먹을것 같지 않아 슬며시 가방속에 집어 넣고....
(결국 집에 까지 가져가 아내에게 이쁨 받고)

이 잔치를 10여년을 견지하며 이끌어낸 강철님은 과연 어느분 이실까?
두루 살피던 중
아하! 저 이가 "함께 걷는 강철 " 님이구나.!
방문한 가족들과 손과 어깨를 맞 잡고 고개젖혀 하늘보며 한껏 소리내어 웃는 이....
오신이에게 너무 반가워 펄쩍, 펄쩍 뛰며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이....
아이, 어른, 늙수구레한 동네 어른들까지 전부를 안아 주며 좋아 하는 이....
두겹 겹쳐 입은 치마, 흰새 스웨트로 꾸밈없이 온 운동장을 휘저으며다니는,
조금은 극성스럽고 너무 당차 오라비를 꼼짝 못하게 하는 꼭 내 누이 같은
저 이....
풍물패의 지신밟기 첫머리 교문앞 길놀이때 연신 눈물을 훔치며, 하늘을
올려다 보며 감회에 겨워 하는 이.... 그 로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몇번 들여다본 "물꼬"와 카페에서 "강철님"의 단신들로
어찌 그 치열한 10년 세월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만은,
오늘 본 가족들의 진지함, 강철님과 샘님들의 그 순수한 열정, 이게 아마
내가 보고자 별 아는이 없는 이곳에 쭈뼛거리며 찾아 온 까닭이고
이유가 아닐까?

이어지는 잔치 공연 내내 영동의 산자락 물꼬의 작은 운동장에서
온 밤 하늘을 뒤덮은 총총한 별빛에 함뿍 젖어, 싸~아~한 대해리 큰말
맑은 밤 공기에 젖어, 눈물 글썽이며 행복해 하는 그 네들에 혼곤히 젖어,
열두아이의 손을, 함께 한 모든이의 손을, 오늘이 있기를 준비하며 거칠어진
그 손을 둘러 잡고 밤 늦도록 나도 함께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무대에 불이 꺼지고 이제 자리가 파 할 쯤. 찾아가 인사하는 첨 본 내게
볼을 대며 꼭 안아주는 (순간 당황 했지만) 강철님의 그 따뜻함과 환대가
아직도 내 가슴엔 아릿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준비된 뒤풀이 자리를 권하는 강철님과 꼭 함께 하고 싶었지만, 또 그리고
갈때 함께 밤을 새울 작정으로 나선 길 이었지만,
그밤을 도와 꼭 와야 할 까닭이 생겼다.
두고온 내 아이 두녀석이 갑자기 너무 보고싶어 그 밤을 머무를 수 없었다.
9살과 13살의 사내 녀석 둘.
왠지 꼭 그래야만 할것 같았다. 가슴 가득 벙~벙한 감동을 안고....
"밥을 섬기고 " "아이를 섬기는" 물꼬 근본의 뜻을 내 가슴에 훔쳐서....

<자유학교 "물꼬"가 문 여는날>
찾아 갈적엔 내가 "물꼬" 엘 갔는데
돌아 올적엔 "물꼬" 가 내게로 왔다.

강철님이 나를 꼬옥 안아 주셨을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읍니다.
그저 강철님의 따뜻한 손을 잡아 주는 일 외에는....

부디 뜻 하신대로 이루시길....
다음에 뵈 올때도 반겨 안아 주실테지요....
2004년 4월 26일
봄비가 촉촉이 온 밤을 내리는날 - 기러기-






정근이아빠

2004.04.27 00:00:00
*.155.246.137

소나무 건너편에 있는나무는 살구나무 입니다.

학부모

2004.04.27 00:00:00
*.155.246.13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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