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바구니를 들고 바삐 향하다.

머지않은 곳에서 차를 달여 달라 요청받았던.

오늘 다화는 붉은 열매를 단 주목 한 가지.

찻잔받침은 어린 감잎으로.

물꼬는 벌써 물든 감잎이 다 떨어졌는 걸

산 아래라고 그곳은 아직 초록이었다.

아차! 늘 해도 한 순간을 놓치는 일이 있고 만다.

부순 홍찻잎인데 온 잎처럼 달였더라.

그걸 또 다른 때처럼 맛을 보지 않고 그냥 냈는데,

사람들 눈치가 차가 진하구나 싶었네.

항상 하는 일도 확인에 또 확인을!

그래도 가을 한낮 화사한 찻자리, 그리고 뜨거운 차가 좋았더라.

 

오후에는 기술교육 현장.

오늘은 목공작업 좀.

철로 용접해둔 틀이 있었다.

거기 선반을 얹는 일.

재단해온 합판이 있었는데,

그걸 틀에 맞춰 직소로 자르고 사포질.

언제나 내가 선 자리가 내 자리내가 선 부엌이 우리 집 부엌이듯.

하여 그곳 일이었으나 내 손으로.

여섯 장을 끼워 얹다.

 

다음은 용접 익히기!

무서웠다.

나는 겁이 많다.

공간과 공간을 이동할 때도 새로운 것을 만나는 데도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내 안에 있는 자폐성 때문인지도.

철판에 용접봉 녹이는 연습.

불꽃은 사방으로 튀고 용접봉은 자꾸 붙고 정신이 없더라.

두려움이야말로 배움의 가장 큰 적.

원리에 대한 이해가 더 있다면 나아질.

익어질 테지.

이런 과정의 목적이라면 늘 내 관심사가 그렇듯 아이들과 함께하는 날들의 준비,

그리고 자립을 위한 여정.

 

10월 마지막 주에 있는 울진의 작가초청특강 날짜 조율.

25일 불날로 잡아두었더랬는데,

그곳에서 숙소로 잡은 휴양림이 여의치 않은 모양.

그러는 사이 퍽 먼 거리여 갈까 말까 살짝 망설여지는 마음이 들기도.

결국 26일 물날 저녁 강의하고 묵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짜다.

 

오늘도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놀란 세포 달래기.

사흘째 욕조에 몸을 담그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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