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조회 수 1409 추천 수 0 2005.12.26 23:39:00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흘 누웠던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데,
막 연세대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그 아이 고교 때 두어해 국어공부를 같이 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품앗이일꾼으로 물꼬 계절자유학교에서 도움이 컸더이다.
스물예닐곱이나 되었을까요...
한국에 들어온 뒤로는 몇 해나 얼굴 못 보았네요.
정녕 그립습니다.


선생님, 눈물나네요... 홈페이지에서 선생님이 쓰신
'밥알모임-무상교육에 대한 다른 이해'를 읽었습니다.
물꼬를 그만 둘까 하는 생각까지 하신다니요...
선생님이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줄도 모르고... 어떤 핑계로도
마음이 가벼워지질 않습니다.
넉넉한 적 없어도, 또 늘 힘이 넘쳤던 물꼬였기에, 언제라도
확신에 차 계신 선생님이셨기에, 물꼬가,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근본적으로 힘들어하실 거라는 거, 당황스러울 만큼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저 스스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떠올리곤 하던
물꼬라서 그런지 항상 제가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 밖에는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뭐 언제 제대로 도움을 드렸던 적도 없었지마는, 요 몇 년 간
바쁘다는 핑계로 더 발걸음 하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가슴을
치네요... 밥알님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남 말 같지가 않습니다.
물꼬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제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든, 또 얼마나
동의를 하든, 실제적인 도움을 얼마나 드렸든...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선생님과, 또 물꼬에서 만났던 다른 선생님들과 맺은
인연, 제가 늘 받아 온 것들만을 생각하더라도 너무나, 너무나,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 마음이 많이 시리실 것 같습니다. 선생님 글 읽고
뭐라도 말씀을 드리고 싶어 편지를 쓰기는 했는데...
이러면서도 또 한달음에 달려가지도 못하는 못난 사람입니다.
어떻게 해야 선생님께서 힘을 내실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날이 차가워 몸 상하기 쉬운데 선생님 상심하셔서
건강까지 잃는 건 아닌가 걱정입니다...
선생님, 제가 이런 말씀드릴 자격은 없지만... 선생님은
적어도 저한테는 무한한 믿음의 대상입니다. 이것이 선생님께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선생님께서 어떤 상황에 있든,
'근본적으로' 믿습니다. 선생님이 그래 주셨듯이... 늘 제 편이
되어주셨듯이... 제가 서 있을 수 있도록 항상 힘을 주셨듯이...
선생님, 건강 잃지 마세요... 정말로 조만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죄송해요 선생님, 그리고 이런 말은 한 번도 드린 적 없는 것
같은데... 선생님, 사랑해요 ~ ! 몸조심 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2005.12.21. 재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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