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건지기에서 간밤에 들어온 글월 한 편을 음미하다.
물꼬의 아이였고, 이제 품앗이인 서른 즈음의 청년.
‘전부 그대로인 듯하면서도 쌓인 시간만큼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변했다.’
십여 년 건너 물꼬에 오는 길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했다.
우리는 눈물을 왈칵 쏟았댔지.
‘옥샘은 참 그대로다. 항상 그리웠는데, 그동안 왜 이렇게 시간 내기 어려웠던 건지,
이렇게나 그대로 나를 맞이해주는 곳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문단을 더 읽는다.
아이들과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니 순간 순간 가득하고 많이 배운다’ 했다.
‘나는 물꼬에서 처음인 게 많았다는 걸 자라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어떤 순간에 함께 한다는 게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흠뻑 땀을 같이 흘려주는 샘들을 보고 감동했고,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일들 바느질과 뜨개질, 뭔가 만들어내는 일 전부 물꼬에서 배웠다.
나의 미감은 물꼬에서 쌓였다.’
‘회색 건물 사이에서 넘치는 걸 당연하게 누리며 사는 내가
자연과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들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물꼬에서 왔다.
이번에 종종 이야기했는데, 내 뿌리는 물꼬에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물꼬 조기교육(ㅋㅋ)을 받아서 나를 지키면서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내일에 대해 대화할 때 반짝반짝했다’고,
‘어떻게 하면 떨어져 있어도 연결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런 글월이 이 깊은 멧골의 물꼬 삶을, 내 삶을 또한 키워낸다.
오전에 잠시 돌탑을 쌓다.
돌의자 곁, 진주샘네 ‘나나’(곧 세상으로 올 아이)맞이로 쌓던 돌탑.
지난 10월 빈들모임에서 아침뜨락의 아가미길에서 주운 돌들이 있었고,
그날 쌓아올리다 멈춰 있던 것.
산책한 제습이를 묶어주고 잠시 한 두어 줄 올리겠다고 갔다가
어느 순간 우르르 올렸다.
일도 그렇다. 답보상태이다 계속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이따 만큼 진척이 있고,
그러다 속도가 붙고.
모은 돌을 전부 쌓아올렸다.
엔진톱을 고쳐온다.
톱날도 갈아오고, 시동이 잘 걸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해서 온다.
땔감을 마련할 11월이다.
김장용 쪽파를 9월에는 심는다는데,
우리는 어제야 심었다.
쪽파씨가 있었고,
이미 늦어 그냥 지나려는 걸
날이 푹한 이즈음이었다.
아직도 무가 쑥쑥 자라고 있었다.
하여 심어보다. 그야말로 해보다.
마늘도 심어야는데,
한쪽에 밭을 만드는 중.
그리고 책방에 난로 설치. 가마솥방엔 진즉, 교무실은 천천히 할.
제주 강연이 잡혀 있어
혹 가는 길에 다른 곳에서도 강연을 열 수 있을까 도서관 몇 곳에 묻는 메일.
왜 진작 그 생각은 못했을까...
일정이 빠듯해서 쉽지는 않겠지만
가는 걸음이 아까우니 일단 물어보기로.
그제는 교육청에서, 어제는 지자체에서 사람들이 다녀가다.
학교터 관련 고치거나 짓는 문제로 이번 주 들어 논의들이 급물살.
이 일 관련 지원을 해주고 있는 국회의원 사무실 한 곳과
전화를 이곳에서 못 받거나 상대가 못 받거나
그렇게 숨바꼭질한 오후였네.
지난 9월부터 학교아저씨 건강보험료가 낮춰져 고지서가 오다.
오르면 올랐지 내리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던가.
학교아저씨는 여태 병원이라고는
내가 간 걸음에 동행해서 풀독을 치료한 단 한 번이 전부였다.
따박따박 내는 보험료가 아까울만.
하지만 그 안에는 요양보험료도 들어있는.
우리 늙어가니 요긴하게 쓰일 날 있잖겠는지.
고지서 상황을 알아보았더니
건강보험료 책정 기준이 9월부터 달라진.
아주 낡고 작은 건물 명의가 당신 앞으로 있는데,
9월부터 공시지가 5천만 원 이하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개별공시지가 5천만원 이하 건물은 보험료 책정가 0점.
그간 당신의 보험료는 물꼬 농토를 경작하며 농민자격을 지니게 되어 절반을 낮출 수 있었고,
다시 건물이 책정되지 않으면서 또 낮춰진.
내부로든 외부로든 작은 변화들이 우리들을 찾는다.
오면 오는 대로 받고, 가면 가는 대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