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고, 진돗개 제습이 산책을 시키고.
오전 11시에는 부엌으로 달려가야 했다.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이에게 낮밥을 먹이자면
그 시간에는 준비를 해야 헉헉거리지 않는다.
하하, 다행히 올해 내는 책의 원고 3교를 보내고
그래도 마지막 ‘닫는 글’이 마감 시간에 쫓겨 거칠었기
어제부터 생각을 좀 모았다가 써서 보내다.
11시에 딱 송고.
11학년 아이가 와서 머물다.
일곱 살부터 물꼬를 와서 열여덟 살이 되었다.
“뭐 먹고 싶어?”
“잔치국수 좋죠!”
밥상을 물리고 난롯가에서 지난 2년 여 시간을 나누고
같이 달골 올라 일하다.
지나간 시간들에 우리가 공유했던 이들의 안부를 주고받고.
묵정밭의 마른 풀들을 검어 몇 곳에 작은 불을 놓았다.
그 사이 아이는 뿌리 깊은 칡들을 여럿 캐내고.
그림에 대한 공통의 관심으로 물감이 화제가 되기도.
같이 좋아하는 색상에 대해 반기기도 하고,
'후커스 그린'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공유하기도.
초록이 다른 색과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른(?) 것도 처음 알게 되었네.
아이는 나중에 이곳 벽면에 자신의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그대 때문에도 지켜나가야 할 물꼬가 되었네.
학교로 되돌아와 가습이 산책을 같이 시키고,
차를 달이고 난로에 올려두었던 군고구마를 먹다.
세 남매의 둘째로 이리저리 치였던 시간,
다행히 가족들 속에서 치유의 시간이 있었으니
그 시간들을 되내며 울음이 또 찼던 그라.
고맙다, 잘 견뎌줘서. 고맙다, 잘 자라줘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피아노도 잘 치던 아이였는데.
고맙다, 제 길을 찾아서.
청소년계자에서 보기로 한다.
여럿이 모여 더 깊이 올 학년을 되돌아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