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상에서 쪽문에 달 부재료 사다.
개나리 울타리 사이로 낼 쪽문.
문이 앞으로도 뒤로도 밀리고 자동으로 닫히게 하려는데.
학교 남자화장실에 달린 문짝에도 쓰인 경첩; 자유경첩
외부에 쓰려니 스텐재질로 사야는데, 윽, 6만원이 넘었다.
두 개면 얼마?
그럴 만큼 들일 비용이 아니었다.
문짝만 해도 공사에서 남은 각목을 잘라 만든 것으로,
무늬를 넣은 가운데는 목재 길에 맞추느라 균형도 안 맞는,
그걸 더 멋스럽게 봐주며 마지막 동강까지 딱 떨어지게 끝냈던 문짝이었댔네.
거기다 한 조각은 톱자국도 그대로 난 걸 쓴.
그런 문짝에 경첩을 그렇게까지!
결국 기본경첩 2개짜리 2천6백 원에 ‘문 스프링’을 사서 달기로 계획을 수정.
13만원 가까이 되는 재료를 문 스프링까지 4천6백 원으로 정리하다.
(돌아와 생각하니 스프링은 좀 더 큰 게 있음 좋겠기에 바꾸기로.)
아침에는 이웃의 밭에 갔다.
이 골짝에서 물꼬 김장이 해마다 제일 늦다.
집집이 김치냉장고가 있으니 추워지기 전 김장들을 끝냈다.
그 흔한 김치냉장고가 없는 물꼬이다.
집안 어르신에서부터 여럿이 김치냉장고를 사주거나 주겠다고 했으나
그것까지는 들이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했더랬다.
김치냉장고란 게 김치만 넣는 게 아니고 다용도로 쓴다지만.
올해는 아직 한 댁이 김장을 못하고 있었다.
그 댁 밭에서 배추 뽑는 날 물꼬도 뽑아오기로.
“너무 큰 건 부담스러워요!”
“네 쪽 내면 되지!”
그래도 조금 가벼운 걸로 실어오다.
열 포기만 얻겠다던 걸 포기 작으니 배로 실어주시다.
게다 배춧국 끓일 것도 대여섯 포기.
대파도 잊지 않고 한 가마니 주셨네.
나머지 배추는 사들이기로 했다.
해마다 배추를 나눠주시는 유기농장 광평도 올해 배추가 별 재미 없다했고,
마을에서도 배추농사가 재미가 없어 다른 마을에서 얻어서 한 댁도 있었던.
마침 배추할인이 오늘까지라는 큰 마트가 있었다.
1망 3개에 4천원도 안 하면(상품이 어떻냐고? 특상!) 농민들에게 도대체 얼마가 돌아가는 거냐...
열 망 실어오다.
큰 마트가 그렇더라.
싸니 더 사게 되고,
싸니 다른 것도 사게 되고,
평소 입맛만 다시던, 잘 못 먹어보던 것도 사게 되고,
김치 속 양념거리만 해도 평소 안 넣던 것도 넣어보려 사게 되고.
뭐 덕분에 한동안 풍성한 먹을거리로 살기로.
어둑해서야 마을로 돌아와
짐을 부리는 데만도 여러 시간.
한밤, 어여 불을 끄고 학교를 나서자 하면서도
복도 마루에 야광테이프 붙이다.
건재상 간 걸음에 사온 걸 잘라 한 가운데 50cm마다.
아이들이 한밤 오가며 좀 더 편안했으면 하여.
틈틈이 아이들과 보낼 날들을, 특히 겨울을 여미는 이곳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