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도의 아침. 그래도 볕이 얼마나 좋던지.
불던 바람도 자고.
해마다 하는 김장보다 한 주를 당겨한.
아, 지난해도 그랬나 보다.
눈발 날리는 날조차 햇살 좋아 따습게 해왔던 김장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마운 날씨라.
어제 늦은 오후 배추를 절였다.
한밤에 한 번 뒤집으며 소금을 켜켜이 다시 좀 더 뿌렸고,
아침에 씻어 건지자고 보니 배추가 아직 펄펄 살았네.
10시에 다시 들여다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낮 2시, 일을 더는 미룰 수 없겠다 싶어 건져 평상에서 물을 빼다.
김장독 안에서도 숨이 죽기도 하니 그냥 하기로.
다만 물이 많을 것인데
그건 그것대로 시원한 맛이 또 있을 거라.
양념은 많이 묻히지 않기로.
당장 계자에서 먹을 것만 넉넉하게 고춧가루를 넣고
나머지 땅에 묻을 건 묽게.
하여 물꼬 김치는 겨울 끝에 더 맛있는.
마지막 남은 한 쟁반은 양념 없이 소금만 뿌려 독의 맨 아래 넣다.
봄이 기지개를 켤 때 노랗게 시원하게 백김치로 먹게 될.
아차, 배추가 싱거우면 양념에 소금을 더 넣으면 되지,
그래 놓고 놓치다.
그렇다면?
김치도 담고서 싱거우면 국간장으로 간을 고치듯
다 버무려놓고 묻을 때 위에도 굵은 소금 좀 뿌려두면 되지.
김치가 좋은 게 이런 것. 어쨌든 된다,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도 그런. 그래서 쉬운. 단지 양이 많으니 일이 많은 것 같을 뿐.
어째도 장이 된다.
고추장도 메주도 놓았다.
고추장도 남고(사서 먹는 것도 있으니), 된장도 한 해는 먹을 수 있는 양.
달랑 김장만 하면 되는 해라.
게다 어제 절일 때보니 평년의 절반이나 될까한 양.
절일 때 그랬으면 속을 버무릴 때도 당연히 마찬가지.
가볍게 끝났다.
쪽파김치와 알타리무김치와 갓김치도 조금씩.
낮밥에는 수육을 삶아내다. 수육에는 또 막걸리라지.
김장하는 날에는 이게 또 맛이라.
오후에는 대처 식구들 반찬.
김장한 뒤끝이라고 힘들다 말리는 걸
힘들 것 없었던 올 김장이라.
별 반찬도 없다. 맨날 그게 그거.
오징어채무침, 어묵조림, 돼지고기장조림, 달걀말이, 김치찌개와 겉절이,
아, 오늘은, 큰 마트 다녀온 장바구니에 담겼던 프랑크 소시지도 볶음으로.
이렇게 가벼운 김장이면 열두 번도 하겠더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