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이와 같이 하는 아침 산책길(가습이는 저녁답에. 하지만 가끔.,
돌아오며 납작한 돌 하나 주워 아침뜨락 지느러미 길가의 돌탑 위에 올린다.
어제도 했고 그제도 했다.
어제부터였나, 숲에 길을 내고 있다.
그저 나무 사이를 걷는 일이다.
나뭇잎을 다 떨구고 있으니 몸이 지나기 어렵지 않고
어쩌다 걸리는 게 있다면 꺾거나 다른 방향으로 보내주었다.
개도 걷고 나도 걷고,
어제 걸었고 오늘 걸었고 내일도 걸을 것이다.
그리하여 길이 될 것이다.
12월은 마을 일이 여럿이다. 그야말로 해를 마무리하는 거니까.
노인회 부녀회 마을대동회까지 총회가 다 있는.
오늘은 경로당에서 노인회 총회가 있었다.
임시 부녀회장을 맡게 된 터라 이장댁과 함께 젊은 측 대표로 부엌에 들다.
나이 일흔셋 어른이 막내인 모임이라.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챙겨 아침 10시 들어서니
벌써 웬만한 건 다 마련해두고 계셨다.
당신들은 잡채 하나도 당신들이 하는 차례대로 만들길 원하신다.
하지 뭐, 까짓것, 그게 기쁨이시라면.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묻는다. 물어드린다.
음식은 대개 비슷하다. 불고기, 고등어조림, 잡채, 오징어초무침, ...
웬만한 음식에는 다 화학조미료 다시다가 들어간다.
게다 설탕이나 물엿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당신들 원하시는 대로.
“꽈리는 어쩔까요?”
툭툭 어슷하게 반 가르는 것도 모양이 빠지지 않는데,
굳이 길게 반 가르라신다. 그리 한다.
어느 순간 노인회 여자 어른 막내와 젊은 축 둘만 부엌에 남아
회의가 끝나면 밥을 차리려 대기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다른 방에서 과일을 깎고 떡을 썰고.
“남자들은 밥만 먹고 가버리니까 한 번에 차려야 해.”
밥상 물리고 과일 먹고 하지 않으니 있는 것 다 올리라는.
술과 음료도 같이 들어갔다.
나오는 그릇대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어째 혼자서 다해서...”
하하하, 물꼬 살림에 견주면 그게 무에 일이라고.
온수에 문제가 생겨(물이 차지는 않았으나) 가스불에 물 팔팔 끓여 마지막에 그릇을 튀기는 걸로 마무리.
가장 나이든 어르신에서부터 경로당을 나서며 굳이 내가 선 부엌으로 들어와
애썼다 인사 넣고 가셨다.
부녀회도 총회(라지만 정확하게는 임시총회이다)를 앞두고 있다.
그간 신구 갈등이 깊어 회장 자리가 비어 있었고,
얼마 전 물꼬가 나서 봉합 중.
임시회장을 맡아, 오는 쇠날에 모두 모이십사 해두었다.
어둑한 저녁, 부녀회 장부를 전하러 이장댁 형님 달골에 나타나셔서는
지느러미길과 온실돔 둘레의 줄등을 보고
저 예쁜 게 달골 물꼬네인가 했더라며 기웃거리고 계셨네.
온실돔이 밤에는 멧골 명물이 되겄다.
간밤 출판사에 교정지를 보고 보냈고,
편집부랑 연락.
몇 곳 조율이 필요하고,
다음 주 나무날까지는 출간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더는 없다.
나무날이 12월 15일인데,
올해 무사히 나오려는가,
한 해 한 권 책을 내겠다는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