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3.쇠날. 눈 위로 또 눈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3.01.06 01:59:45


끊지 못하는 말처럼 눈이 내린다.

가지 못하는 미련처럼 눈이 내린다.

밤을 지나 아침을 지나 한낮까지 눈이 내린다.

쌓인 눈이 15cm는 족히 되겠다.

 

겨울90일수행 기간.

정성스럽게 새 삶을 시작하고,

눈을 헤치고 제습이 밥을 주다.

산책은 엄두도 못 내고.

 

오늘 해건지기에서는

어제 들어와 눈에 발이 묶인 이와 근육쓰임에 대해 익히다.

근육을 어떻게 쪼개고 그 부위마다 어떻게 당기고 늘이는지,

그리고 피하지방을 태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다.

특정 부위(예컨대 아랫배라거나 허벅지라거나 팔뚝이라거나)의 지방을 뺄 수는 없다는.

얼굴이나 아랫배나 몸의 피하지방은 동일한 두께라는.

특별히 한 곳의 살을 빼기를 원한다면 근육운동으로 피하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붙이라는.

눈길을 헤쳐 떠나고.

 

햇발동 청소를 한 뒤 눈을 쓸며 마을로 내려가고

올라 올 때 또 쓰는 눈이라.

오후에는 멎은 눈.

어제 쓸었던 곳도 높이 쌓였다.

큰 길은 면에서 서둘러 눈을 다 치웠다. 염화칼슘은 또 얼마나 뿌렸을라나.

도로 부식도 부식이지만 토양과 식수오염까지 어쩌나.

해가 넘어가며 바람까지 거세자 길을 나서기 엄두가 안 난다.

장은?

면소재지 농협마트에 몇 가지 부탁해두고

내일 들어오는 아이들 편에 실어오라 하였네.

 

품앗이샘 하나가 이번 계자참가 등록비를 보냈는데,

번번이 더 넉넉하게 보내오던 그라.

그런 기회 때만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던.

그리 감안하더라도 이번에는 너무 큰 금액이어

아무래도 0을 더 누른 게 아닌가 싶었는데.

도시에서 저 살기도 어려울 것을.

그 돈으로 며칠 좋은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으련.

저 하고 싶은 것을 놓고 그리 보냈을.

그런 마음들이 모이는 곳에서 무엇이 신명나지 않겠는지, 무엇이 힘들겠는지!

물꼬에서 그런 마음을 배웠노라 말했던 그였다.

그들로 또한 배워온 나였더라.

 

달골 오르는 길이 무섭게 추웠다.

청소년계자를 앞두고 한파주의보에 강풍주의보까지.

눈과 찬바람을 뚫고 여기까지 오는 아이들을 위해

선물 같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알뜰히 준비한다.

영하의 기온과 두터운 눈이 악재가 아니라 청계를 풍성하게 할 도구가 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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