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00 추천 수 0 2003.05.19 19:23:00
4336. 5. 19. 달날

우리 대련이가 왔습니다!
와, 너무 반가웠습니다. 부끄러운지 슬슬 피하더니 곧장 창고 가서 삽을 들고 연못을 파더군요. 교실에서 연지, 유진, 해림이와 문제를 풀고 있다가, 대련이가 들어오자 옆에 앉혀놓고 얘기했습니다.
"너가 와줘서 고맙다. 많이 보고 싶었다. 이제 꾸준히 올거니?"
대답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이란 말만 합니다. 이게 또 속으로는 만화도 보고 싶은 겝니다. 그래도 오늘은 만화 하는데 안 보고 온 겁니다.
"아냐, 이건 우리들의 약속이야. 오고 싶다면 꾸준히 왔으면 좋겠다."
몇 번의 망설임과 되물음 끝에 꾸준히 오겠다 했습니다. 새끼손가락도 걸고, 도장도 찍고 복사도 했습니다.
느닷없이 무연이가 연못을 되묻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해도, 그러지 말라 해도 대답이 없습니다. 뭔가 또 뒤틀린 게 있나 봅니다. 나중에 상연이가 말해줬습니다. 민근이가 심심하면 때리라 그랬는데, 대련이가 그 말에 장단 맞춰 무연이를 때렸나 봅니다. 교실에 들어온 무연이는 엎어져서 또 일어나지 않습니다. 불러도 오지않아, 우선 민근이와 대련이만 데려놓고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가서 화 풀어주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련이와 민근이, 가서 미안하다 그러고 화풀라 그러고, 그래도 무연이가 꿈쩍않자, 간질고 제발 웃어라 그럽니다.
"샘, 간질어도 화 안풀어요. 간질면 소리는 꾹 참고 웃으면서 아무 말도 안해요."
"그래도 너희들이 화나게 했으니 어떻게든 풀어."
옆에서 상연이는 형이 이런다면서 고대로 흉내도 냅니다.
그래도 꿈쩍않는 무연이를 놔두고 공부하고 있으니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공부하는 곳으로 옵니다. 그러곤 또 같이 잘 합니다.
"무연아, 화 난 게 있으면 와서 잘 얘기해야지, 그러고 있으면 안돼. 그러면 너만 손해야."
"네."
무연이가 요즘은 애들도 잘 안 놀리고, 그래도 스스로 화 풀고, 변했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오늘, 애들 책을 봤는데, 와, 책보가 달력인 거 있죠? 너무 반갑고, 어릴 적 생각이 확 나더군요. 아직 이렇게 달력으로 책보를 싸는 게 있다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애들 무릎을 봤는데, 하나같이들 다 무릎이 까졌더군요. 그러면서 서로 자기가 더 많다고 자랑하고... 어쩌면 내 어릴 때랑 똑같은지... 도시 애들 무릎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이 애들,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48303
364 역사(하나) file 도형빠 2004-04-26 904
363 제목 유럽으로 떠나는 미술여행에 어린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정근이아빠 2004-04-15 904
362 잘 왔습니다. 한대석 2004-04-12 904
361 도착 하였습니다. [2] 정근이아빠 2004-03-14 904
360 실상사 작은학교 입니다. 필독 부탁드립니다. 실상사작은학교 2004-02-12 904
359 저..... [2] 해니(야옹이) 2004-02-06 904
358 윤정이 잘있지요 [2] 아이사랑 2004-02-02 904
357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1] 승부사 2004-01-20 904
356 옥영경씨. [1] 정창원 2004-01-10 904
355 눈물을 아시나요 강혜진 2003-12-09 904
354 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신상범 2003-11-10 904
353 물꼬 사진첩!!! [1] 신상범 2003-10-02 904
352 행복한 하루 되세요~ movie 함분자 2003-09-04 904
351 아이들 [1] 아이사랑 2003-04-22 904
350 *^ㅡ^* [4] 운지. 2003-03-17 904
349 정말 아픈 마음에... 신상범 2003-02-25 904
348 애육원 다녀왔습니다. 허윤희 2002-12-03 904
347 Re..근데 말이야... 신상범 2002-11-21 904
346 Re..다행일까, 걱정일까... 신상범 2002-11-21 904
345 Re...덧붙임을 용서하시구랴 푸마시 꼬붕 2002-09-26 90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