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49 추천 수 0 2003.05.25 00:21:00
오늘은 앞집 '이모님'이라 부르는 할머님 댁에서 점심으로 칼국수(직접 손으로 민 칼국수!)를 먹고 있는데,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서둘러 먹고 갔지요.
요즘 한며칠 날도 계속 덥고,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 학습지를 풀지 않으려 합니다. 잘됐다, 애들하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베개싸움을 잊지 못하는 아이들, 저한테 베개 들이밀며 베개싸움 하자 합니다. 근데 그건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 갈수록 아이들이 늘어납니다. 슬쩍 딴놀이로 돌렸습니다.
"숨박꼭질(애들은 꼭꼭 숨어라 라고 하대요) 하자!"
해놓고선, 가위바위보 할 것 없이 제가 먼저 기둥에 눈을 감고 서서 숫자를 세알렸습니다. 뚱하고 멍했던 아이들은 부랴부랴 베개 집어던지고 숨기 바쁩니다.
"사십칠, 사십팔, 사십구, 오십, 땡!"
물꼬 방, 생각나죠?
서랍장에 숨은 애들, 밥상 밑에 기어들어간 애들, 창틀 바로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애들, 옆방 방문 뒤에 숨은 애들, 다 보입니다. 다 잡았습니다!
제가 숨으러 가면, 뒤에 서넛의 아이들은 따라 오고 있습니다. 딴에도 내가 좀 나은 데 숨을 거라 생각하나 봅니다.
1학년 짜리 한 애가 술래가 되었는데, 오십까지 셀 줄 모른답니다. 그때 다른 아이의 제안!
"열까지 세는 걸 다섯 번 하면 돼!"
머리 번뜩이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하다가 싫증나서 다른 놀이 하자 합니다. 얼음땡.
또 저 먼저 술래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애들 잡으러 다니는데, 우리 양 무릎이 다 까진 상연이, 도망가다 잡힐 것 같으니 급한 김에, 그만 무릎 꿇어 앉으며,
"얼음!"
그 무릎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피가 납니다. 까진 데 또 까지고,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입니다.
한참 놀고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 희정샘이 간식 들고 옵니다.
오미자 화채!
와, 바로 딱 맞는 간식입니다.
국물맛이 이상하다는 아이들,
"너 먹을래, 안 먹을래?"
바로 군소리없이 먹습니다.
그래도 안 먹는단 아이들,
"그럼 열 숟가락만 먹어봐, 몸에 좋은거야."
네, 하고 좋아하던 아이, 열숟가락에 국물이 다 없어지는 걸 보고 허탈해 합니다.
같이 나온 계란의 노른자를 안 먹는 연지, 처음엔 내가 먹어줬는데, 또 먹어달랍니다.
"반만 먹어, 반은 내가 먹어줄게."
협상했더니, 반은 먹습니다. 먹을 수 있으면서 안 먹으려는 경우도 허다한 것 같습니다.
5월의 주제 '물'이었던 저학년 과학.
아이들과 세면장에 가서 큰 물통에 물 가득 받아놓고서 놀았습니다. 손으로도 놀고, 여러 크기가 다른 그릇들을 눌러가며, 물도 받아가며, 띄워도 보며, 놀았습니다. '부력'이란 말은 몰라도 크기에 따리 누르는 힘이 달라짐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여름 한 낮 잘 놀았지요.
우리 참한 기은이, 강당 형광등 하나 깨어 먹었습니다.
배구공을 뻥 찼는데, 정확히 형광등으로 간거지요. 오히려 지가 더 놀래서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어디 한두번도 아닌 일인데...
집에 돌아가는데, 유진이가
"오늘은 우리 동네 안에까지 들어가야돼요."
학교 들어와서부터 집에 가는 차 안에서까지 노래를 부릅니다.
어머님이 주시려고 열무김치 담궈놓으셨다 합니다.
동네 안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들일 끝내고 들어오시는 어머님과 만났습니다.
집 앞에서 열무김치 받아들고, 고맙다 인사도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는데,
"커피도 한잔 드시고 가고 싶죠?'
유진이가 고개 쳐들고 물어봅니다. 그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에이씨, 아빠는 왜 안 오시는 거야, 아빠도 보고 가면 좋을텐데."
고개 빼들고 먼데 쳐다보며 유진이가 또 씩씩거립니다.
너무 이쁘죠?

참, 물꼬에 토끼 두마리가 새로 이사왔습니다.
무연이, 상연이 어머님께서 태어난 지 2주일 된 토끼 두마리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흰색과 잿빛나는. 이름은 갑돌이와 갑순이!

강무지

2003.05.26 00:00:00
*.155.246.137

갑돌이와 갑순이! 하하하.

토끼가 아주 예민한 짐승이던데.....새끼토끼. 오물오물. œ

운지-_-^

2003.05.26 00:00:00
*.155.246.137

-_- 헐. 토끼탕 해드실라고요?

강무지

2003.05.27 00:00:00
*.155.246.137

아니, 몸에는 운지버섯을 삶아먹으면 더 좋을걸.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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