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13 추천 수 0 2003.06.17 19:45:00
4336. 6. 17. 불날

날이 더워 그런가... 애들이 방에서 조용합니다. 방에서 굴렁쇠 신문을 봤더니, 한사람 두사람 옆에 와서 '미로 찾기'를 합니다. 신문이 늘 방에 있었는데, 보지도 않더니, 보고 있으면 꼭 옆에서 같이 봅니다. 생각해보면, 신문이란 게 챙겨서는 잘 안 봐지고, 옆에 누가 보고 있으면 꼭 훔쳐보게 됩니다. 그게 훨씬 더 재밌습니다. 그죠?

한데모임 시간에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좀 했습니다.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근데 그게 참 안 되지요. 저도 어릴 때 참 많이 싸우고 자랐는데... 싸우는 거야 얼마든지 싸울 수 있지만, 종종 자기보다 못난 아이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힙니다. 따돌리기도 하고... 어떻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됩니다.

저학년 그리기는 오늘 탈을 만든다 하고, 고학년은 글쓰기입니다. 일부러 사진자료나 다른 자료없이 그냥 다른 아이들 글만 가지고 들어가서 아이들과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다 늦게 이제와서 무슨 얘기야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잘 모르고 있거든요. 근데 예상했던 것처럼.... 전쟁에 대한 기사를 읽어주고, 다른 아이들이 전쟁에 대해 쓴 글을 보여주고, 그리고 제가 전쟁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몸을 비트는 아이들에게 지루하냐, 재미없냐, 물었더니 "어떻게 알았어요?" 합니다. 그리고 이어 하는 말이,
"사진이나 다른 것들, 재미있는 것들, 그런 게 있었으면 더 재밌는데, 말만 하니까 재미가 없어요."
가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말 잘했구나. 근데 말이야. 내가 일부러 그런 자료들을 안 가져왔다. 사진이며 그에 관한 자료들을 가져올까 했는데, 일부러 안 가져왔단다. 왜 그랬는 줄 아니? 지금 하는 얘기는, 이 얘기는 흥미로, 재미로 듣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야. 내가 사진같은 자료를 가져와서 너희들에게 흥미를 줘서 할 얘기들이 아니거든. 그 피투성이 상처투성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희 눈을 잡아서 할 얘기가 아니거든.
이번 시간에 한 얘기는 정말 심각한 얘기고, 진지한 얘기고 충격적인 얘기야. 전쟁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이건 가슴으로 들어야 하는 얘기야. 우린 듣는 걸 잘 못하는데, 정말 가슴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눈을 보면서 말이지."

자료의 중요성이야 새삼 말해 뭐하겠습니까. 아이들의 오감을 충족시켜 주는 다양한 자료들은 무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
하지만, 정말 하지만, 형형색색의 갖가지 자료들을 동원해서, 우린 정말로 아이들이 감각적으로만 이해하게 만든 건 아닐까요. 더 중요한 건, 우리 어른들이, 더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이, 가슴으로 전하진 못하게 된 건 아닐까요. 가슴없이 아이들을 만나는 것 아닐까요.

천유상

2003.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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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감입니다. 상범샘..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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