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77 추천 수 0 2003.06.18 21:56:00
4336. 6. 18. 물날

오늘은 새로운 놀이를 가르쳐줬습니다. 고누!
판도 많이 만들어 놓았겠다, 호박고누, 줄고누, 자동차고누, 꽃고누 등등 아이들에게 하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판을 줄지어 깔아놓고 양쪽으로 아이들이 쭉 엎드리더니, 오늘은 고누가 한창입니다. 바둑돌도 가져다 놓고 바둑판도 갖다 놓으니 아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거, 알까기! 상연이와 알까지 한판했습니다. 저의 일방적인 승리! 우하하하!

오늘도 삶가꾸기죠. 지난 앞치마 만들던 거, 마저 했습니다. 기은이나 연지, 주리는 다 만들었고, 나머지 애들도 오늘 거의 바느질을 다 했습니다. 시골 사랑방처럼 책상 주위로 다 둘러 앉아서, 천 하나씩 들고 바느질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 얼마나 진지한데요.
실을 정말 길게 꿰어놓고는 저도 실 가늠을 못해 바늘을 빼다 빼다 넘어진 무연이,
지난 번 인형만들기 할 때, 제가 날개 달린 하트를 만들었지요. 완성된 것을 본 주리가 나에게 와서 귓속말로,
"선생님, 저 날개 달린 하트 인형, 희정샘한테 선물하세요. 그러면 희정샘도 돼지 인형 선물해 줄거에요."
그러곤 곧장 희정샘한테 가서 또 뭐라뭐라 귓속말을 합니다.
웃기지도 않는 우리 1학년 주리...
아직 바느질할 게 많은 상연이한테 민근이가 아직 멀었네 하고 한마디 하자,
"뭐, 나도 부지런히 하면 금방 할 수 있어. 이거 하는데 10년이 걸려 20년이 걸려 19년이 걸려? 오늘 다 할 수 있어."
한마디도 지지 않는 상연이.... 그러곤 정말 바느질 다 하고선 위 말을 고대로 또 하던 상연이...
그 상연이와 무연이와 주리가 한판 붙던 그 대화들,
내가 주리한테 흰 실을 달라했죠.
주리 : 흰 실 여기 있어요.
무연 : 흰 실? 신 실?
주리 : 흰 실 말이야, 흰 실
무연 : 신 실?(장난을 거는 무연이..)
주리 : 흰 실! 희인 실!
무연 : 신 실?
너무 시끄러웠지요. 그런데 가세하는 상연이
상연 : 흰 실! 흰 실 몰라? 흰 실! 하얀 실 말이야.
무연 : 신 실?(실실 웃으며..)
상연 : (무연이에게 다가가며) 아이 참 흰 실! 하얀 실 말이야.
아이들 : 조용히 좀 해.
너무 시끄러웠거던요.

간식을 먹는 데 갑자기 이름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제 이름은 상도 많이 받고 범처럼 무서워라고 상범이라고 지었다는 둥, 각자 자기 이름 한자 뜻을 푸는데, 무연이랑 지 동생 상연이 이름 한자를 보여주는데,
"상자는 상업 상 자인데 연 자는 무슨 잔지 모르겠다."
근데 우리 상연이 바로 받아서 하는 말,
"연 자가 무슨 잔지 몰라요? 연요, 동그라미에 여에 니은."

바느질할 때는 참하기 이를 데 없는 애들이 끝나고 청소하려면 다들 모른 척합니다. 요즘은 애들이 청소를 얼마나 싫어하냐면, 학교 마치고 청소시간 되면 머리 아프거나 배가 아픈 애들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그래서 애들 그냥 보내고 혼자 그 청소를 다하는 샘들이 있다는 민보어머님의 말씀도 있은 지라, 청소는 꼭 하려 합니다. 시골 애들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공부 끝나면 늘 한바탕 전쟁을 치르지요.

집에 가는 데, 주리가 기어코 오늘 물한리 먼저 가야한다고 외칩니다. 주리는 차에서 노는 걸 대개 좋아하거든요. 다른 애들이 오늘은 차유부터 가는 날이라고 그렇게 말해줘도 무슨 일이 있어도 물한리부터 가자 합니다.
주리 : 물한리 물한리 물한리 물한리
상연 : 차유 차유 차유 차유 차유
그러기를 몇 번...
주리 : 물한리 물한리 물한리 물날리 물날리.... 우하하하
지가 혀가 꼬이구는 지가 웃습니다.
그러곤 저한테 애원하는 말,
"선생님 물한리 먼저 가면 말 잘 들을게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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