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공부방 날적이

조회 수 1029 추천 수 0 2003.09.19 23:58:00
요즘 민근이는 친구집에 놀러가는 게 잦습니다. 오늘도 학교차를 안 탔네요.
주리와 상연이, 하다는 연못터에서 물놀이하고 놉니다. 장난감 하나 없는, 그저 물웅덩이와 나뭇가지와 돌 몇 개로 참 잘 놉니다. 간식을 가지고 나오니 뭐냐고 묻습니다. 떡볶이라고 했더니, 와! 하면서 오리새끼처럼 뒤따라 오네요. 민근이가 안 와서 그런지 무연이가 조용합니다. 아니, 가끔 상연이를 못 살게 굽니다.

떡볶이, 참 좋아합니다. 그릇에 덜어줬더니 보기에도 맛있게 잘 먹습니다. 뭐 언제는 잘 안 먹었냐마는...
"선생님, 민근이형은 별명이 맹군데요. 기사 아저씨도 아침에 민근이 형이 안 나와 있으면 남맹구! 남맹구! 그런다요."
"근데 민근이 형 별명은 전교생이 다 알아요. 유치원생도 다 알구요, 1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도 다 알아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눈도 더 커지는 상연이의 모습을 봐야하는데... 얼마나 웃긴지 한참을 웃었습니다.
하다가 물이 따뜻하다고 합니다.
"하다야, 근데 이건 미지근한거야."
희정샘이 한마디 했죠. 그런데 바로 주리가,
"안 배워서 그런거야. 그리고 그건 어른들이 모르고.. 음.. 안 가르쳐줘서 그런거야."
그런데 또 무연이가,
"물의 종류를 몰라서 그런거 아니에요?"
떡볶이와 포도로 맛나게 간식을 먹었습니다.

바로 영어공부하러 갔습니다. 영어공부, 참 재밌나봅니다. 애들이 다들 재밌다 합니다. 특히 아직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는 주리가 재밌어합니다. 그리고 잘합니다. 해석하려 들지 않고 통째로 이해하는 게 가능한 거지요.
애들이 영어가 제일 쉽답니다. 뭐, 이것만으로도 성공했습니다.
참, 하다가 한 유명한 말, 그 통째로란 말에 뭔가 지지를 해야한다고 느꼈는지,
"나도 (시카고) 어린이집에서 통째로 배웠어."

무연이는 혼자서 풍물을 합니다. 그야말로 단독과외입니다. 저학년은 글쓰기인데, 시작하기도 전에 애들이 이것저것 노래를 하잡니다. 노래를 하다 '잘잘잘' 노래를 하고 있는데, 퍼뜩 생각이 나대요.
"오늘은 노랫말 바꿔 부르기를 해보자!"
주리와 상연이는 같이 머리 맞대고 앉아서 열심히 노랫말을 지어냅니다. 해림이는 대개 머리 아파하고...
쉽진 않던데, 다 하고 나서 각각 불러보니 재밌습니다.
요즘 한데모임 시간에 아이들을 다 잡습니다. 잘 듣고 잘 말하기... 정말 잘 안 되는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계속 얘기를 합니다.

"난 오늘 너무 배가 고파서 못 가!"
늘 사생결단하고 돌아가는 버스를 같이 타던 하다는 오늘은 너무 배가 고픈가 봅니다. 오늘은 안 가겠답니다.
난데없이 망치랑 자기 집 개랑 결혼시키자던 주리는 기어코 자기 집까지 데리고 가서 개를 보여줍니다.
"그래, 결혼시키자."
주리가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근데 덩치가 망치랑 비교가 안 되던데...
"선생님, 일요일 잘 보내세요."
손 흔들며 상연이와 무연이도 자꾸 뒤돌아봅니다. 저도 계속 손 흔들어주었지요. 아이고, 또 다음 주에나 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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