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를 뜯다

조회 수 970 추천 수 0 2003.05.10 22:48:00
오늘은 희정샘이랑 고사리를 뜯으러 산에 갔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 고사리를 뜯는 날이었습니다.
산 밑에서 시작, 하고 올라가는데,
처음엔 고사리가 눈에 띄지 않더군요.
희정샘이, 처음엔 잘 안 보인다고, 눈을 부릅뜨고 봐야 보인다고 합니다.
그 말 그대로 눈 부릅뜨고 쳐다봤더니,
아니, 고사리가 보입니다. 근데요, 와, 정말, 정말로,
왜, 아기 손을 보고 고사리손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정말 고사리를 본 순간, 고사리손!이 떠오르더라구요.
어쩜 그렇게 표현이 딱 맞을까... 영락없이 고사리손입니다.
삶은 고사리를 보고서는 잘 몰랐는데, 산에서 보니 정말 고사리손입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천천히 산을 오르며 고사리를 뜯었습니다. 중간에 뱀도 보고 놀라 도망치고, 희한한 야생화가 있어 캐오기도 하고, 쉬엄쉬엄 뜯었는데 꽤 모이더군요. 특히 희정샘은 정말 눈에 불을 켜고 뜯는 것 같습니다. 이게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따문따문 있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따대요. 저는 하품도 해가며 먼 산 보기도 하고, 앉아서 지나가는 개미나 풀벌레들 보기도 하고... 그래도 저, 많이 뜯었습니다.^^
산을 하나 넘어 내려오니 재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희정샘은 여전히 눈에 불을 켜고 고사리를 뜯고 있는데, 저는 먼저 냇가로 내려갔습니다.
덜 깬 얼굴, 세수하고 나니 아픈 머리도 가시는 것 같고, 상쾌했습니다.
저만치 고사리 뜯는 희정샘을 보다 곧 오겠지 생각하며, 냇가 옆에 앉아버렸지요. 냇가 옆에 앉아 있으니 이 생각, 저 생각 다 들대요. 시냇물이 졸졸졸 흐른다던 유진이를 속으로 나무라기도 하고^^ 물소리에 빠져 버렸습니다.
근데 어쩌다 든 생각인지, 제 나이 서른 하나를 생각하며, 삼십 년 넘게 살았으면 이제 그만 떠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한몸 이제 그만 이 땅 더럽히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참 우습게도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고,
가보고 싶은 곳이 떠오르고,
학교 세우면 꼭 아이들과 세계일주 베낭여행을 가야지 하던 내 맘도 떠오르고,
손가락 하나하나 꼽으며
뭣도 떠오르고 뭣도 떠오릅니다.
참, 이제보니 햇살이도 봐야겠네요.^^

"나, 농부 되기는 틀렸나보다."
희정샘한테 말하니 시인이나 되랍니다. 하하하 그러고보니 시를 어떻게 쓰는 건지도 가물가물하네요.
희정샘이랑 '어디까지 왔니?' 놀이하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강무지

2003.05.13 00:00:00
*.155.246.137

쳇, 좋은거 재미있는 건 샘들이 다 해.

김희정

2003.05.13 00:00:00
*.155.246.137

또 뜯으러 갈겁니다.
고사리 뜯다보면..
사실은 고사리말고 다른게 더 많이 보입니다.
도라지, 더덕, 으름, 취나물, 둥굴레...
다음엔 더덕 캐러 갈겁니다.
물꼬에 놀러오시면 맛뵈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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