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묵은 공범이다

조회 수 927 추천 수 0 2003.03.31 01:02:00

* 시카고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썼던 글입니다.

< 반전 시위중인 거리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

오늘은 몇 명의 아이들이 죽었을까요...

내 침묵은, 동시에 당신의 침묵은,
이 전쟁의 공범입니다.

국제정세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지요.
이러저러한 변수를 읽는 건
정책입안자나 그 정책을 수행하는 자들의 몫일 테고
우리같은 보통사람들, 더 정확하게는 나같은 보통사람들은
국제역학관계같은 걸 아무리 헤아려봐도
알리 만무합니다.
그저 이 우주에서의 만고불변의 진리같은 것을
막연히 생각할 따름이지요.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마땅히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멈춰야 한다,...

이 전쟁은 멈춰야합니다!

힘없는,
당장 고국으로 쫓겨나는 불이익을 당할 지도 모르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냐구요?
거리에서 함께 반전시위를 하고 싶지만
어데서 하는지 몰라서 못하고
끌려갈까 두렵다구요?
그렇다면, 눈 부라리고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당신이 얻게 된 진실을 알리는 건.
당신의 가족에게, 친구에게, 학교 동료에게, 카페 회원에게.
돈이 있다면 반전단체에 보태고
영어를 한다면 항의 메일을 보내고
평화운동을 하고 있다면 동참을 호소하고
힘없는 우리라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두리번거려봅시다.
우리가 밥을 먹듯이,
우리가 똥을 누듯이,
우리가 사랑을 하듯이.

또 얼마나 많은 날이 전쟁을 타고 흐를까요?
길어지는 시간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줄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더이상 화제가 될 수 없는 건 아닐까요?
"무관심은,
분명 공범의 한 형태임을 날카롭게 각성할 것!"

명분도 없이
(그 어떤 명분도 전쟁을 옹호할 수는 없겠지요만)
뚜렷한 전선도 없이 진행되는 살육에
오늘은 몇 명의 민간인이 죽어나갔을까요?
이 전쟁은, 마땅히,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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