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6. 5. 28. 물날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습니다. 우리 토끼 갑돌이와 갑순이 중에 갑순이가 없어졌습니다. 그것두 흔적두 없이. 수상한 곳이 하나 있었는데, 설마 했지요. 독수리가 물어 갔나... 사방팔방, 앞동네, 뒷동네까지 다 뒤졌습니다. 갑순이를 좋아하던 상연이 얼굴밖에 안 떠올랐습니다.
근데, 우리 부엌 뒤에 있었습니다. 쬐그만 게, 정말 빠릅니다. 마침 무연이 아버지, 어머님이 오셔서 무연이 아버지랑 합동작전으로 잡았습니다.
"왜, 갑돌이가 맘에 안 들어?"
역시 우리 상연이 어머님의 말씀!
참, 떡볶이 떡 빼 오셨던데, 토끼 때문에 고맙단 말씀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애들과 잘 먹겠습니다. 번번히 고맙습니다!
애들이 늦게까지 오지 않습니다. 영동에 이수초등학교랑 축구 시합이 있었답니다.
늦게서 4시 반 다 돼서, 들어오자 마자
"선생님, 물꼬 차 어디 갔어요?"
"선생님, 물꼬 차 하늘로 솟았어요, 땅으로 꺼졌어요?"
그리고, 벌건 얼굴로 운동회 하잡니다. 기도 안 찹니다.
간식을 먹으며 차근차근 얘기했습니다. 차가 고장나서 영동에 가 있고, 우린 오늘 버스로 가야 하고, 물한리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야 한다고…. 그랬더니 애들이 아빠 차로 가면 된다 합니다.
그래서 오늘 애들 수송 계획은,
석현의 민근이는 걸어서 올라간다. 30도 이상의 급한 오르막을 30분 이상 걸어가야 합니다.^^
대해리의 기은이와 연지는 보통 때처럼 걸어서 집에 간다.
물한리의 유진이와 수진이는 아빠 차를 타고 간다.
차유의 무연, 상연, 해림, 주리는 영동 나가야 하는 저랑 같이 버스 타고 나간다.
버스 시간 때문에 차유 애들 데리고 먼저 학교를 나서는데, 애들이 소풍 가는 거 같다 합니다. 웃기지도 않습니다.
나갔더니 차가 아직 오지 않아서 나가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자 했지요. 마을서 걸어내려 가는데, 주리가 당산나무까지 달리기 하자 합니다. 주리, 해림, 상연, 무연 그리고 저, 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옛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처럼, 논, 밭, 들판 사이로 깔깔거리며 뛰어 갔습니다.
주리가 너무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당산나무 의자에 앉은 주리가,
"자유학교 물꼬 좋다!"
갑자기 전율이 좌악 끼치대요. 그 말이, 그 말을 하는 주리가, 주리의 표정이 어찌나 실감나고 생생한 지, 말이 살아있는 것 같아서….
버스가 와서 탔는데, 우리밖에 없습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 묵찌빠하면 갔습니다.
참, 우리 차는 다 고치고 돌아왔습니다. 차가 애물단지입니다.
운전을 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일곱번 쳐서 떨어진 기억이, 저를 몸서리치게 합니다...노란차만 보면 가슴이 울렁거립니다....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