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둠과 해진이를 기억함

조회 수 925 추천 수 0 2003.10.17 01:09:00

기억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냐.
김포가 들썩들썩 하던 넷,
해진이 유진이 성우 정재!
너희들이야말로 기억할까, 삼풍이 무너지고 일년 뒤 섰던 비바람 치던 그 거리,
우이동에서 뙤약볕 아래 북한돕기 모금함 들고 외쳤던 '통일은 참 좋다!'
그리고 몇 차례라고 말하기엔 더 여러 번이었던, 너희들이 왔던 계절학교.
대성리 기억은 니들이, 아니 아마 성우랑 유진이만 있지 않았나,
얼굴이 있었다는 정도다만
백마강 품은 이야기를 엮던 여덟 번째 계자는
확실히 니들이 입었던 초록색 옷과 얼굴이 뚜렷하다.
예상치 못하게 길이 막혀 기차를 놓칠 뻔했던 마지막날.
너는 생각날까, 그 때 기차를 세우겠다고 먼저 내려서 역으로 달렸던 나를.
결국 버스랑 나랑 같이 도착하고 말았지만.
그리고 고사리수련원으로 갔던 열번째 계자의 그 빛나던 한데모임,
샘들은 목소리를 죽이고 옆방에서 유에프오우 놀이를 하고
40여분을 모자라는 모둠방을 어찌 할지 니들끼리 열띤 공방을 벌였던.
열 한번째 계자에서 김에 김치를 싸먹었던 녀석들,
'나의 살던 고향은 인천교도소'하며 눈물흘리는 노태우 역을 했던 너들,
아, 그리고 열 두 번째.
MBC2580에서도 와서 부산을 더 떨던 니들...
어,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 뒤에는 니들이 오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우리들 모둠의 글모음에 글을 청탁받았던 일.
니네 모둠 맡았던 샘은 시집을 갔고 이제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
연락이 닿은지 오래네.
누가 너희의 모둠 샘이었든,
그리고 그가 이곳을 떠났든 남았든,
너희들이, 해진이가,
물꼬의 아이였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도 물꼬의 자식임을 힘주어 말한다.
잊지 않아 주어 고맙고
찾아 와 주어 기쁘다.
건강하고, 또 소식 다오.
다들 모여서 한 번 대해리로 와도 좋으리.
우리가 공유했던 가치관들이 잊히지 않았음 더 기쁠 테다.
네 소식으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얼마나 바르게 걸어가고 있는가고.

풍성한 가을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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