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마지막 통신

조회 수 926 추천 수 0 2003.05.23 13:44:00

<우리와 다음>에 보낼 다음달치 동화를 급히 쓰다가 들어왔습니다.
소식지 여는 글도 줄 수 있어야할 텐데...

내일 이른 아침 시카고를 떠납니다.
또 혼자 오래 남아있을 남편이 많이 안됐습니다.
펜실베니아주의 해리스버그로 날아가서 차를 렌트해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한 공동체로 갑니다.

한동안 살았다고 인사할 곳도 많고 정리할 일도 많네요.
지난 해날에는 무빙세일을 했지요.
저역시 무빙이며 가라지며 블럭이며 러미지 세일,
세일이랑 세일은 죄다 좇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구했더랬지요.
찾아오는 길(그 왜 우리 행사할 때마다 붙이는 거요)
붙여놓은 발자국이 재밌다고 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빵을 굽고 사탕도 내놓았더니
정말 잔치같았지요.
다들 신나게들 다녀갔고 덕분에 옷가지 몇 빼고는 죄다 팔 수가 있었네요.
주머니가 두둑해졌습니다.
이곳에 한국사람이 없지도 않은데
이날은 단 한사람도 만나보질 못했군요.

달날에는 왈도르프학교 다녀왔습니다.
1학년 교실에서 죙일 같이 지냈는데,
문화적인 차이는 그 나이를 지나 훨씬 이후에야 드러나는 거 아닌가 싶데요.
꼭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이랑 있는 것 같더라구요.
새로온 리키,
안마를 해주던 잭,
내가 잘 못알아먹을까봐 딴에는 열심히 설명을 해주던 맥스,
어데고 이름 자주 불러서
넘들로 하여금 자신을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녀석들 있기 마련이지요, 조수아,
사내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여자 화장실에서 마주친 사리나,
오래 집을 같이 지었던 콜,
중국인들이 숲을 먹는데 젓가락쓰는 게 정말 이해안된다던 자가네쓰,
엄마 아빠가 인디언이어서 자기 이름이 인디언 이름이라던 아들레,
...
뜨개질을 하는 가운데 죄다 제 손을 보고있던 녀석들,
푸하하, 우리는 맨날 학교에서 하는 건데
속모르는 녀석들 감탄하기는...
아, 얼마나 우리 학교가 그립던지...

어제 오늘은 앞집이고 뒷집이고
인사하고 밥 먹고 선물도 주고 받고...

낼 가면 6월 27일까지 미국 펜실베니아, 버지니아주에서
막 시작한 공동체, 장애인 공동체, 종교 공동체, 오래된 공동체,
네 곳을 돌고 핀란드로 갑니다.
핀란드에서는 3주,
다음은 헬싱키에서 기차타고 모스크바까지 갔다가
사나흘 머물고 한국행,
7월 20일이면 인천공항에 닿습니다.
늦어도 21일에는 영동 우리 학교로 들어가겠지요.

28-31일 필라델피아에 있는 친구네에 잠깐 들리는 때를 빼면
인터넷쓰기도 수월치 않을 듯합니다.

영동의 두레들 애쓰소,
서울의 품앗이들도 욕보구요,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머잖아 봅시다, 우리 영동에서.

; 시카고에서


승아

2003.05.29 00:00:00
*.155.246.137

선생님~ 보고싶어요 >_< (덥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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