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공부 날적이

조회 수 967 추천 수 0 2003.05.19 19:23:00
4336. 5. 19. 달날

우리 대련이가 왔습니다!
와, 너무 반가웠습니다. 부끄러운지 슬슬 피하더니 곧장 창고 가서 삽을 들고 연못을 파더군요. 교실에서 연지, 유진, 해림이와 문제를 풀고 있다가, 대련이가 들어오자 옆에 앉혀놓고 얘기했습니다.
"너가 와줘서 고맙다. 많이 보고 싶었다. 이제 꾸준히 올거니?"
대답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이란 말만 합니다. 이게 또 속으로는 만화도 보고 싶은 겝니다. 그래도 오늘은 만화 하는데 안 보고 온 겁니다.
"아냐, 이건 우리들의 약속이야. 오고 싶다면 꾸준히 왔으면 좋겠다."
몇 번의 망설임과 되물음 끝에 꾸준히 오겠다 했습니다. 새끼손가락도 걸고, 도장도 찍고 복사도 했습니다.
느닷없이 무연이가 연못을 되묻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해도, 그러지 말라 해도 대답이 없습니다. 뭔가 또 뒤틀린 게 있나 봅니다. 나중에 상연이가 말해줬습니다. 민근이가 심심하면 때리라 그랬는데, 대련이가 그 말에 장단 맞춰 무연이를 때렸나 봅니다. 교실에 들어온 무연이는 엎어져서 또 일어나지 않습니다. 불러도 오지않아, 우선 민근이와 대련이만 데려놓고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가서 화 풀어주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련이와 민근이, 가서 미안하다 그러고 화풀라 그러고, 그래도 무연이가 꿈쩍않자, 간질고 제발 웃어라 그럽니다.
"샘, 간질어도 화 안풀어요. 간질면 소리는 꾹 참고 웃으면서 아무 말도 안해요."
"그래도 너희들이 화나게 했으니 어떻게든 풀어."
옆에서 상연이는 형이 이런다면서 고대로 흉내도 냅니다.
그래도 꿈쩍않는 무연이를 놔두고 공부하고 있으니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공부하는 곳으로 옵니다. 그러곤 또 같이 잘 합니다.
"무연아, 화 난 게 있으면 와서 잘 얘기해야지, 그러고 있으면 안돼. 그러면 너만 손해야."
"네."
무연이가 요즘은 애들도 잘 안 놀리고, 그래도 스스로 화 풀고, 변했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오늘, 애들 책을 봤는데, 와, 책보가 달력인 거 있죠? 너무 반갑고, 어릴 적 생각이 확 나더군요. 아직 이렇게 달력으로 책보를 싸는 게 있다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애들 무릎을 봤는데, 하나같이들 다 무릎이 까졌더군요. 그러면서 서로 자기가 더 많다고 자랑하고... 어쩌면 내 어릴 때랑 똑같은지... 도시 애들 무릎은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이 애들,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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