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다 쇠날 저녁엔 '대동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대동놀이를 위해 한 주를 산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기다리는 시간이지요.
언제나 이어달리기로 시작하는 대동놀이는 여러가지 놀이를 합니다.
지난 15일 쇠날에는 '오재미'를 하기로 했지요.
패를 나누고 시작했습니다.
제목의 채규는 저와 같은 패였습니다.
우리가 먼저 안에 있는 사람을 맞추기로 했고, 바깥으로 섰습니다.
채규는 저화 반대편 선에 가 섰습니다.
근데 저희 선에서 공을 던질 때마다 언제 갔는지 저너머 피아노 뒤에 가 숨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공을 던지고 자기네 선에서 던질 때가 되면 또 언제 왔는지 다람쥐처럼 뛰어나와 공을 잡고 던집니다.
던지고 나면 또 곧바로 피아노 뒤에 가 숨고, 또 쪼르르 뛰어나오고...
처음엔 그 까닭을 몰랐습니다.
우리가 안에 들어가서 공을 피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람쥐처럼 잘 피하던 채규는 어쩌다 공이 안에 떨어지면 당장 주워서 선에 서 있는 사람들한테 세게 던지는 거였어요. 그런데 물꼬에서는 안에서 바깥으로 줄 때는 받기 좋게 잘 던져줘야하는게 규칙이지요. 그래서 채규한테 좋게 주워주라고 일렀지요.
그런데 내내 채규는 세게 던졌습니다. 누가 맞아 울거나 그런 일은 있지않아 그럭저럭 넘어갔지요.
그러다가 선에 서있던 상대패 희정샘이 채규가 세게 던진 공에 맞은 일이 있었습니다. 또 채규한테 주의를 줬지요.
"채규야 그렇게 세게 던져주면 어떡해. 살살 주는거야."
그런데 들었는지 말았는지 채규는 혼자 버티고 서서 뭐라 궁시렁궁시렁거리는 겁니다. 뭔 말인지 못 알아 듣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때! 주머니에 손 찔러놓고 궁시렁궁시렁거리는 채규한테 공(오재미)이 날라왔고 채규가 맞았습니다. 당연히 채규는 나갔겠지요.
놀이는 계속 진행됐고, 그만 저도 공에 맞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한쪽 구석에 있는 채규가 그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궁시렁대고 있었습니다. 눈은 희정샘을 보고 있었습니다.
불렀습니다.
"왜 그래, 채규야?"
"자기는 맞아놓고서도 안 나가고 나는 나가라잖아요."
"뭘?" 하고 묻는 동시에 저는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채규의 그 무식함(?)을...
그러니까 채규는 희정샘은 자기가 던진 공에 맞았으면서 안 나가고 나만 나가라고 하는지 불만이었던거지요.
"아, 채규야. 밖에 있는 사람이 안에 있는 사람을 맞추는 거야. 안에 있는 사람은 피하는 거고. 안에 있는 사람이 바깥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야."
눈을 송아지 눈처럼 껌뻑 뜨고 바라보고 있는 채규... 할 말을 못 찾는 채규...
그런데, 그때! 또한 저는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왜! 아까 우리가 바깥에 서 있을 때! 채규가 그렇게 부지런히 피아노 뒤을 왔다갔다 했는지를...
그렇게 오재미를 많이 했는데 채규는 그동안 도대체 뭐했담....
아직까지 대동놀이의 참을 모르는것 같아서 이해가 되네요.피아노 뒤로 숨는 채규의 모습을 상상하니 때가묻지 않은 채규가 다시 보이네요.
문경민님 좋은 아드님 두셔서 행복 하시겠습니다.